고대 중국의 관자는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말했다.

의.식은 사람 생존의 기본이 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의식을 담당하는 것은 주부몫이다.

주부는 가족의 의.식을 챙길 의무가 있을뿐 아니라 권리도 있었다.

조선시대 열쇠는 주부권의 상장이었다.

살림하는 주부 (시어머니)는 뒤주 곳간 등의 열쇠가 달린 열쇠패를
지니고 있었고 며누리가 아이를 낳고 살림살이를 잘 하면 이 열쇠패를
내어 주었다.

주부권을 이양하는 것이다.

종래 우리주부의 생활공간은 주로 부엌과 안채 (또는 안방)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 가옥구조가 부엌은 음식물을 만들고 저장하는 장소뿐 아니라
주거의 난방을 담당하는 역할마저 갖고 있었다.

그 것은 우리의 자연조건과 온돌이라는 생활문화에서 발생한 특수
구조라고 할수 있었다.

우리의 부엌구조는 일반적으로 지표보다 60~90cm 정도 낮은 흙바닥으로
되어 있었고 안채나 안방과 직접적으로 인접되어 있었다.

또 우리주거에서 부엌이 다른 공간보다 비교적 넓은 것은 농경사회에서
땔감과 부식류 등을 저장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부엌 가까이에는 음식물의 세척을 위한 우물과 저장음식을
두는 장독대가 있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됨에 따라 우리
생활양식 특히 주거형태와 부엌의 기능은 크게 변화하였다.

주거형태가 한.양 절충식이 되면서 부엌의 역할은 단순한 조리장의
기능만으로 축소하게 된것이다.

부엌과 난방기능은 분리하게 되었고 부식류의 저장은 냉장고가 담당하게
되었다.

또 음식물의 세척을 위한 우물의 역할은 상.하수도가 수행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조사한 서울 가구의 주방위생상태는 20점만점에
10점이하라고 한다.

가령 냉장고는 1개월이나 1년에 한번 청소하는 편이고 싱크대의
배수구멍망은 어쩌다 청소하며 행구는 열탁소독을 하지않고 세제세탁만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

이 같은 주방위생의 불량상태는 우리 주부뿐만 아니라 대중음식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같은 우리 주방위생의 불량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기 게을르거나
위생관념이 없어서라기 보다 냉장고 새제 전자레인지 등 문명이기에
대한 맹신과 사용 미숙에 원인이 있지않나 싶다.

주방관리의 인식이나 행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