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한국전력공사 사장 >

여름철 전력성수기를 맞이하여 저력수급이 불안하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공급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와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한전은 이에 대비하여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국민여러분에게 큰 불편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으면서 몇가지 소신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시간 즉, 피크타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연중 피크타임도 선진국 패턴의 무더운 여름철의
낮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밤중에는 전기가 남아 도는데 반하여, 피크타임에는 공급에 여력이 없을
정도로 전력부하의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한전은 피크가 걸리는 여름철 오후 두 세시간의 최대수요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발전소를 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전력운영의 요체는 충분한 공급설비 확보와 이상적 수용관리
라는 말로 귀착된다.

정부와 한전은 이에 대비하여 수요예측을 하고 전원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수요성장은 예측을 앞지르고 있으며 전원개발 또한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 외국은 1인당 전력사용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그 성장율이
1~3% 수준에 머물고 있느나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NP)이나 1인당 전력
사용량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추세를
보일 것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전원설비 확충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어떤 전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발전설비가 남아돈다는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으나
우리나라외 특수사정을 감안할 때 전원설비는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는 국가와 국가간에도 송전선이 연결되어 있고 피크타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인접국간의 전력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에 관한한 절해고도와 같아서 이웃나라의 전기를
수전할수 없으므로 국가안보측면에서도 충분한 공급실비의 확보가 요청된다.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에너지 사용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이른바 그린라운드의 제약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여 에너지 사용에서 공해방지와 환경친화에 힘쓰는
한편 발전설비도 원자력과 석탄 가스를 적절히 배합하는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것이다.

이에 우리의 전원개발사업은 입지확보와 환경친화라는 두개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국민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면서부터 전력설비의
입지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로인하여 발전소건설이 늦어지고 전력이 딸리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국민적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한전은 피크타임의 수요를 다른 시간대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여름철
휴가보수조정요금제도와 자율절전요금제도를 도입하여 제도적 보장을 꾀하고
있으며 발전소주변지역의 발전을 위해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한전의 노력과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적 합의와 협조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무분별한 소비는 미덕이 아니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을 행복의
조건이 될수 없다.

절제된 소비, 균형있는 개발만이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해 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