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식 <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2020년께 인구는 현재보다 2배가 늘어난 80억명에 이르고, 도시인구는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체계의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수십년간 에너지소비증가의 85%이상을 개발도상국이 주도하고, 특히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수요증가가 두드러져 이
지역권의 에너지수급 불안정이 우려되고 있다.

향후 에너지부문의 가장 주요한 과제로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 추진 필요성이 지적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국제적 환경규제는 에너지의 사용에 광범위한 제약을 초래할
전망이다.

금년 7월8일부터 19일까지 제네바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의 제2차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는 연도별(2005년, 2010년,
2020년별) 이산화탄소 감축목표설정을 촉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각료선언을 채택하였으며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미국도 감축
목표 설정에 동의함에 따라 향후 이산화탄소 규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1차에너지수요는 2010년까지 114억9,000만TOE로 92년 대비 약 1.5배
증가가 예상된다.

석유가 주종에너지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나 환경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천연가스의 시장점유율이 증대될 전망이다.

원자력 에너지의 경우 중국과 인도등 아시아 지역에서 증가를 보일 전망
이나 OECD 선진국 지역에서는 안전성및 사용후 연료처리 문제 등으로 현
수준에서 정체 내지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구조는 해외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석유의존도, 특히 석유의 높은 중동지역 의존도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우려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국내 에너지수요는 2020년에 36억1,200만TOE로
94년 대비 약 2.4배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원별 구성 전망의 특징으로서 석유가 여전히 주종에너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환경오염이 덜한 신.재생에너지, 천연가스및 원자력의 비중이
증대되는 이른바 환경친화적 에너지 Mix로의 변화가 지적된다.

이상과 같이 에너지부문의 대내외적인 여건변화를 종합해서 고려할때, 향후
에너지 부문의 성장경로는 특정 에너지자원의 고갈성문제보다 환경청정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측면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의 이용효율제고를 통한
절약이 최우선적으로 추천되나 에너지효율의 적정 수급을 위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석유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정한 천연가스의 이용이 급증하고 있으나
주종에너지로서의 역할은 기대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급에너지로서의 전략에 대한 수요급증추세, 그리고 공급측면
에서의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할때, 원자력은 21세기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대외의존도가 96.8%(1994년 실적)로서 세계
경제대국중 에너지수급구조가 가장 취약하다.

준국산에너지로 간주되는 원자력은 에너지안보차원에서 중요할 뿐만아니라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미래 유망산업으로서의 육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의 미래는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문제와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가능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주민의 반대를 "NIMBY현상" 또는 "지역이기주의"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NIMBY현상을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나타나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지역주민의 경우도 지나치게 전략적인 행동과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원자력시설 유치 관련 모든 비용을 최종수혜자인 전력의 소비자가
지불할수 있도록 전기 가격수준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래야만, 경제적 유인에 의한 후보지간의 자발적 유치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