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백화점 조직폭력배 사건은 경영권을 빼앗기위한 폭력조직간의 단순한
암투 사건이 아니라 명망있는 배후조종세력들이 폭력배를 동원해
조직적.지능적.합법적으로 기업을 잠식해간 사건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조직폭력배가 과거 조그마한 업소를 상대로 자리세등을 뜯어내며
생존하던 "기생형" 조직의 범주를 벗어나 수백억원대의 자산규모를 가진
기업에 침투해 결국에는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아버리는 "기업잠식형"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데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일본 야쿠자 조직의 기업잠식 행태는 많이 밝혀졌지만 국내
폭력조직이 기업을 잠식해가는 사례가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미 상당수 국내기업이 "기업잠식형 폭력조직"에 의해 침투를 받은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드러나 이들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잠식은 우선 사회적 명망이 있거나 지역유지들의 배후조종을 받은
조직폭력배에 의해 이뤄진다는게 특색이다.

사주를 받은 조직폭력배들은 관할 구역에 기업이 들어서면 하청을
요구한다거나 고용요구, 전입인사료, 기업내 자동판매기 설치, 기관지 구독,
특정물품 강매행위, 소음.진동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요구등 각종 구실을
들어 기업에 발을 들여놓는다.

일단 발을 들여 놓은 폭력조직은 회사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들어간다.

경영권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이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고 회사 자본을 잠식해 들어간다.

목동백화점은 자산 규모만으로도 2백60여억원 상당이며 이미 납부된
점포분양대금만 3백40여억원에 이르는등 외형상 건실한 회사였다.

이 회사가 기업잠식의 대상이 된 것은 올 1월.

지난 90년7월 창간된 월간지 "선진사회"의 최재익이사와 목동백화점
변순옥대표이사, 윤영배본부장 등이 폭력배와 결탁해 22억원이라는 헐값에
기업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기업을 인수하면서도 아무런 자본금도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어
이미 납부된 점포 분양대금으로 인수자금 뿐만 아니라 신축중인 공사대금도
충당하는등 소위 "봉이 김선달"식 사업추진을 해왔다.

게다가 자본금이 22억원에 불과해 금융기관에서 충분한 융자를 받아 내기
어렵게되자 하루 사용료로 5백만원을 지급하고 사채업자로부터 30억원을
일시 차용하여 자본금을 증자하는 기민함도 보여 국내 굴지의
모그룹으로부터 자금력이 탄탄한 회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사업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끌어 들이기위해서 경기도 고양시 임야에
아파트 신규사업 허가를 받은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위조하여 투자자들을
모으는 등 온갖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남의 돈을 끌어들이려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공무원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려고
고급술집에서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등 대외적인 신용도나
이미지 관리에도 철저를 기했다.

특히 기업침투를 위해 기업인수.합병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한국M&A주식회사의 중개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범행수법이 매우 지능화돼
있다.

기업복덕방이라고 불리는 인수.합병 중개회사가 아무런 자본금없이
회사를 인수하는 조직폭력배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검찰고위 관계자는 "일본에서만 발견되던 조직폭력배의 기업침투가
국내기업에서도 이미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폭력조직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급히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