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자동차의 미국현지공장에서 벌어진 성희롱사건이 "노-노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4월 미일리노이주 연방법원에 회사측을 상대로 집단 피해보상소송을
낸 이 공장의 성희롱 피해자들이 미자동차노조연맹(UAW) 지도부에 대해서도
고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관할 사업장내에서 성희롱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으면서도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다.

노조 지도부가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8년여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쓰비시공장의 테리 페즈(36)라는 한 여성근로자가 "직장내 남성동료가
성희롱을 일삼아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8년전부터 수차례 UAW측에
호소, 문제해결을 요청했으나 모두 묵살했다"고 최근 폭로했다.

그녀는 특히 다른 피해자들 보다도 더 구체적이고 심각한 성희롱에
시달렸고 이를 UAW측은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수수방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테리 페즈의 주장대로라면 UAW의 지도부는 미쓰비시공장의 성희롱범죄를
8년동안이나 방조한 셈이다.

게다가 테리 페즈외에도 미쓰비시공장의 여성근로자중 UAW에 성희롱관련
피해구제를 요청한 사례가 수십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UAW에 쏟아지는
비난의 강도가 점차 더해가고 있다.

경영자측은 무조건 사건을 덮어두자는 자세를 보일 수 밖에 없으나
조합원보호와 이익대변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까지 어떻게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책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비난이 이 정도 선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그러나 일부 UAW소속 남성조합원들에 의해 지도부의 성추행 조장행위까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공장이 위치한 노멀시(일리노이주)의 UAW지부에서는 야외
스트립댄스파티가 심심찮게 열린 것으로 이곳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베리 가드너라는 이름의 미쓰비시공장 조립공이 성희롱사건 발생이후
이 공장의 일부 간부들과 남성근로자들이 알몸여성들과 숨바꼭질놀이를
하는 사진을 UAW측에 전달했으나 바보취급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UAW는 직장내 성희롱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긴 집단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UAW측은 "성희롱문제는 당사자간의 해결이 최선책인데다
노조차원에서 공론화할 경우 조합원해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반박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UAW가 미쓰비시사건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성희롱행위자들이
줄줄이 해고당하면서부터다.

UAW는 힘없는 여성이나 소수민족계 조합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보다
해고자복직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UAW는 조합원들에 대한 성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는가 하면 앞으로
단체협상에서 "성희롱방지합의안"을 사측으로부터 얻어내겠다고 약속하는
등 여성조합원들의 비난을 무마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계기업들은 성문화차이로 이런 문제를 익숙하게 다루기
어렵다고 보고 직원채용에서부터 작업수칙까지 세세한 부분에 대한
노사합의안을 못박아야 한다는게 UAW측의 판단이다.

이래저래 미쓰비시사건은 아시아계 미국진출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