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의 국제아트페어인 서울국제미술제가 개막4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미술계 자체의 내분으로 표류중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국제미술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미술시장 전면개방에 맞추어
국내화랑의 국제적 위상제고및 경쟁력강화를 위해 한국종합전시장(KOEX)이
스위스 바젤, 프랑스 피악, 미국의 시카고아트페어에 버금가는 유수의
국제아트페어를 모델로 창설한 미술견본시.

오는 12월2~10일 열릴 제1회 행사를 위해 지난 5월 국내의 가나 현대
국제 박여숙 노진선과 프랑스의 르롱갤러리등 12개 화랑이 운영위를
구성, KOEX와 공동으로 행사를 추진해 6월말까지 외국에서 30여개 화랑이
참가신청을 해오는등 순조롭게 진행돼왔다.

그러나 7월에 접어들면서 행사의 주도권을 가나화랑이 쥐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운영위원중 가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화랑이 일괄사퇴하면서
운영위가 사실상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화랑협회에서도 지난 6일 임시총회를 열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이같은 행사를 여는 것은 자칫 우리손으로 빗장을 풀어주는
격이 될 지 모르니 행사를 1년간 연기할 것"을 주장하면서 공식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행사자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

KOEX측은 이미 해외미술잡지에 광고를 실어 외국화랑의 참가신청을
받아놓은 상태여서 국제적 공신력 문제로 행사강행이 불가피하다며
참가범위를 국내 20여개화랑과 5개 외국화랑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외국화랑의 경우 국내화랑이 초대하는 형식을 취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후 7월19일까지 3차례나 마감을 연기했으나 국내화랑들이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

급기야 양측은 각각 성명서를 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는등 첨예한
대결국면을 보이고 있다.

화랑협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의
성급한 유치는 우리미술품의 상대적 평가절하를 가져와 개방을 앞두고
오히려 역작용을 몰고올 것이 뻔하다"며 "사후 결과에 대해 주최측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행사의 연기를 재차 주장했다.

이에대해 KOEX는 24일 성명서를 발표, "일부운영위원의 탈퇴와 협회의
입장번복으로 행사에 차질을 빚었지만 회원사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국내화랑 위주로 방향을 전환했고 <>외국화랑 참가시 국내화랑을
통해 참여를 유도했으며 <>3차례나 마감을 연기한만큼 더이상 협회측에
명분이 없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이같은 사태와 관련, 미술관계자들은 "화랑간의 힘겨루기가 코엑스와
협회의 대립으로 번지면서 급기야는 모처럼 마련한 행사자체의 무산으로까지
이어진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양측이 모두 개방에 대비한
국내시장의 경쟁력강화라는 커다란 명분에는 동조하고 있는 이상 서로
한발씩 양보,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