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적자규모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부담이 되고있다.

올상반기 경상수지적자가 92억9,000만달러로 지난 한해동안의 적자보다
많은 사상 최대규모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연말까지 경상수지적자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110~120억달러보다 훨씬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올초에만 해도 우리경제의 규모에 비해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경상수지적자란 투자와 저축의 차이인만큼 투자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이며 어느 정도의 적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곁들여지기도 했다.

우리는 걱정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일반적인 주장들이 간화하기 쉬운
사실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타당성이 없지않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국제수지적자를 걱정하는 까닭은 이문제가
경기순환에서 파생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약점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약점이란 핵심기술과 부품 그리고 자본재를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립생산해 수출되는 완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에 여전히 개선해야될 사항이 많다는 점이다.

이같은 경제구조상의 약점은 만성적인 무역수지적자로 나타난다.

최근 경상수지적자가 예상밖으로 급팽창하면서 적자원인으로 무역외수지가
주목받고 있다.

확실히 무역외수지적자의 증가율은 무역수지적자보다 높으며 계절적인
영향도 적다.

또한 최근들어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어 한계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으로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수지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무역수지이며 적자의 배경은
산업구조 불균형및 국제경쟁력약화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다.

올상반기만 봐도 수출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늘어났지만
수출금액은 12.2%증가에 그쳤다.

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수출품의 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며
교역조건의 상대적인 악화를 뜻한다.

교역조건의 악화는 세계경제의 경기변동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 등 몇몇 품목의 생산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핵심부품과
생산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소비재수입및 국내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수출품의 경쟁력약화는 선진국시장에서의 적자확대로 입증된다.

여기에는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비효율탓이 크다.

경제성장초기의 값싼 노동력과 그 이후의 엔고효과마저 사라진 지금
비대해진 공공부문및 비효율적인 규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과소비도 부동산투기와 노사갈등 일관성없는
토와관리 불확실한 정책방향 등 정책실패의 탓이 크다.

정책당국은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탓하지만 정부정채 에 커다란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