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의 구심점인 태국의 경제상황이 급박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년 경제성장률이 10년만의 최저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수출경기가 급랭하는등 온갖 경제지표들이 위험신호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주가지수가 걷잡을수 없이 추락해 태국의 자본시장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감마저 돌고있는 실정이다.

지난주말 태국중앙은행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7.8%로 예측했다.

태국경제에서 8%이하의 성장률이 언급된 것은 지난 86년이후 처음으로
주변 아세안국가들에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태국경제에서 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왔던 경공업제품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총체적인 국제경쟁력 상실을 지적하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상반기 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술 더떠 주력수출품인 섬유제품 하나만 따질경우 수출액이 오히려 1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콕에 있는 쟈딘 플레밍 타나콤증권의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태국경기상황
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순환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구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풀이했다.

이와관련 이코노미스트들은 태국의 산업구조조정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국마저 불안해진 것이 경제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싼 임금을 바탕으로한 노동집약적 경공업 경제를 중공업체질로
바꾸기 위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그런데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등 중화학공업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한 싯점에서 섬유같은 주력 경공업부문은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교육열로 기능공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전문인력의
월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중화공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융계도 은행가들의 잇따른 비리가 드러나면서 제 기능을 못해
주고 있는 형편이다.

방콕상업은행에서 거액 부정대출사건이 일어났고 방콕메트로폴리탄은행은
미국에서 부정대출문제를 일으켜 FRB(미중앙은행)로부터 미국내 영업중지
명령을 받았다.

여기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변수가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취임한지 1년밖에 안되는 반한 실라파 아차총리가 잇따른 추문으로 총리직
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반한총리는 <>다른 사람 연구논문을 표절해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추문에서
시작해 <>총리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국적을 위조하고 <>국회의원인 딸의
부동산투기로 또 구설수에 오른후 <>지난총선때 거액의 부정자금을 수수
했다는 혐의까지 받음으로써 태국 정국을 끓어 오르게 만들었다.

지난 5월에는 야당의 불신임대상에 올라 가까스로 부결처리됐지만 그의
정치생명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관측은 아직도 파다하다.

이 와중에 이달초 태국의 명문 타마사트대 경제학 교수들은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건전한 통화재정정책을 펼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발표,
반한총리가 이끄는 연립내각의 실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상황이 어지럽게 돌아가자 방콕증시의 주가지수는 지난주말 현재 1110.23을
기록해 지난 2월의 연중최고치대비 21.5%나 떨어지는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말에는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본 사람이 거래소에서 총으로 자살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하는등 주가하락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방콕 포스트지는 "경제에대한 지식이 전무하며 비리와 무능으로
점철돼온 반한 총리와 그의 정부가 사임하는 것이 증시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설을 게재하는등 여론이 악화돼 있는 상태다.

푸미폰 태국국왕의 즉위 50년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제가 치뤄진 금년에
태국경제는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만난 것이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