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설립이후 연구와 출판 세미나개최등을 통해 꾸준히 여성의
정치참여와 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어요.

여성정치연구시리즈(15호)출간과 여성정치논단 세미나는 앞선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죠"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소장(52)은 "남성은 물론 여성 스스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백안시하는 분위기를 바꾸자"는 연구소 설립당시(90년) 목표가
3분의1정도는 이뤄진 것같다고 말한다.

15대 총선에서 지역구 2명을 비롯해 총9명의 의원(3%)을 배출한 것은
여성계 전체의 쾌거라고.

"80년 미국유학(프린스턴대)시절 럿거스대 부설 여성정치연구소의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부터 연구소 설립의 꿈을 가졌죠.

그곳에서 정계에 진출할 인재를 배출하고 정치권의 자료를 학계에 전하는
교량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귀국후 9년간 강사(이화여대)로 일하며 기다렸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생각지 않는 것을 보고 직접 나섰다.

"좀더 직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진전을 세 차례 열었어요.

"한국여성직업50년사"

"부끄러운선거. 그때그모습"

"여성국회의원의 어제와 오늘"이 그것이죠"

여성직업전은 "엄마의 일자리.딸의 일자리"라는 책으로도 펴냈다.

연구소는 정치학 여성학 사회학을 전공한 10명의 연구원과 10명의
이사진 그리고 3,000여명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진에는 이인호주핀란드대사 이경숙숙명여대총장 한상진
서울대사회학과교수 손소장의 남편인 안청시 서울대정치학과교수등이
참여중.

93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30개국 여성단체들의 연합인
아태여성정치네트워크의 이사로도 참여중인 손소장은 피지와 필리핀
여성들의 경험을 듣고 느낀 점이 많다고 말한다.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의 요구가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을 문맹여성들에게
그림으로 설명해 큰 성과를 올렸다고 하더군요"

손소장은 "딸 둘(국제방송국앵커.이대대학원)을 두어서인지 여성운동가
못지 않은 의식을 지닌 남편이 큰힘이 된다"고 밝힌다.

연극연출가 손진책씨가 동생, 배우 김성여씨가 올케다.

그는 무더운 계절에도 바삐 움직인다.

8월20일에는 미국민주당의 전당대회, 24일에는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동아시아여성포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선관위자문위원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집행위원장등 많은 직함을
가진 그는 "모든 활동의 중심은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라고 말한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