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나오는 미래사회는 항상 어둡고 축축한 비가
내린다.

기계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미래세상은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음울한
세상일 뿐이다.

멜 깁슨이 주연하여 인기를 끌었던 "맥드 맥스"시리즈 역시 광기와 폭력
으로 얼룩진 불안한 미래를 보여준다.

미래세상의 모습은 핵폭탄으로 모든 것이 망가진 황량한 사막이다.

국내에서도 SF영화들의 단골소재인 21세기 더 나아가 아득히 먼 미래의
세계가 CF의 배경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영화적인 이미지를 가진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주)영풍은 최근 "알카바" 건전지 광고에서 미래사회를 "건전지들의 무덤"
으로 비유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폐건전지들의 무덤에서 발생하는 잔여전류를 끌어모아 강한 성능의 새
건전지가 재탄생한다는 내용으로 한 번 쓰고 나면 버리는 일반 건전지와는
달리 재충전이 가능한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공 역시 엔진오일 "지크" 광고에서 21세기의 미래를 "황량한 사막"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천루같은 점핑보드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두 대의 차량이 경주를
벌이는 내용이다.

청바지업체인 리바이스도 오는 8월부터 우주공간을 무대로 삼은 새 광고를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사회를 소재로 삼은 광고들이 보여주는 미래의 이미지는 하나같이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의 발달한 과학문명을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 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동원된 것도 특징이다.

알카바의 경우 국내 CG전문회사인 비손텍이, 지크는 영화 "은행나무침대"
에서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했던 이홍석씨와 벨기에의 모비다프로덕션이
만들었다.

알카바CF를 제작한 대홍기획 관계자는 "자극적인 시각효과에 익숙해진
영상세대의 눈길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단순한 컴퓨터그래픽만으로는 부족
하다"며 "메시지와 함께 영화적 재미를 함께 줄 수 있는 SF영화적인 광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