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중계 당시 KBS MBC SBS등 방송3사는 중복편성으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뒤에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중계방송에서도 방송3사의
중복편성은 재연됐다.

방송3사는 지난 7월19일부터 시작된 애틀랜타올림픽 방송에 앞서 대한민국
합동방송단을 구성하고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KBS 101명, MBC 86명, SBS 55명에 CBS 3명과 스포츠캐이블채널인 KSTV가
4명을 포함시켰다.

경기마다 해당캐스터를 두고 이를 공동 활용한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열기가 더해지자 3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주요방송시간을 올림픽중계에 할애했다.

캐스터나 화면이 똑같은 방송이 세군데서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7월30일 열린 핸드볼경기나 31일과 1일의 배드민턴결승전의 경우 3사 모두
동시에 방송, 시청자들의 이마를 찌뿌리게 했다.

배구 농구 축구등 인기종목은 생방송은 물론 녹화방송까지 똑같은 시간에
편성, 시청자들의 다양한 관심을 외면했다.

더욱이 단지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치발리볼을 중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올림픽방송에 밀려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 수해상황에 대한 특별방송을
하지 않은 것도 공익기관으로서의 태도로 보기 힘들다.

물론 이번 올림픽기간동안 KBS는 위성방송을 통해 경기내용을 내보내고
MBC는 스테레오 음성다중방송을 실시하는등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KBS는 위성채널을 이용, 순간순간의 중요한 경기를 공중파로 끌여
들이는 순발력을 보였다.

물론 올림픽 중계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이벤트다.

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한 과당경쟁으로 3사가 계속 같은 내용을 내보낸
것은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빼앗은 횡포임에 틀림없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