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와서 주택건설은 과거의 내적인 요소, 즉 주택과 인간의
조화를 우선하는 풍수론을 미신으로 일축하고, 당장의 편리함만 추구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져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자연과 융화되면서 인간
중심적인집을 지었다.

우리선조들은 주택이 방이나 부엌 등 내부 구조물의 배치에 따라,
즉 가상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특정한 방위에 따라서 각기 기운이 상승작용을 하기도 하고 상극
되기도 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노인이 거주하는 방,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의 방, 한창 공부를 해야하는 자녀의 방 등 거주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방이 배치돼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여기서 동서남북 각 방위의 특성을 살펴보자.

북쪽은 나침반의 기준이 되며 모든 방위의 기초이다.

음양오행설에서도 북쪽은 생명의 근원인 물로 파악된다.

이런 풀이를 떠나서봐도 북쪽은 햇볕을 직접 받지 않아 시원하고
조용하기에 사색에 잠기거나 무엇에 집중하기에 좋은 방위이다.

그래서 서재나 공부방은 북쪽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대학교수나 소설가 등 머리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서재나 연구실은 북쪽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장실이나 대문을 북향에 두는 것은 금기로 한다.

북쪽은 겨울에 북서계절풍이 부는 방향이다.

이를 풍수에서 "살풍"이라고 한다.

북향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때 찬기운을 직접 받아 건강에 해롭고
북향의 대문도 아침 출근시 찬바람을 맞아 중풍이 걸리기 쉽기 때문에
금기시 하는 것이다.

동쪽은 태양이 떠오르는 생기가 가득한 방위다.

아침해가 품고 있는 신선하고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받아들일
수 있는 방위다.

이렇기에 활력과 원기를 충만케하는 부부들의 침실이나,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부엌 등은 동쪽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동쪽은 명랑 활발한 기운이 강한 방위이므로 체력이 약하거나
소심한 아이 또는 노인에게 침실을 만들어 주기에 적합하다.

남쪽은 하루종일 햇볕을 받는, 집에서 가장 밝은곳이다.

그래서 거주자의 공동생활 공간인 거실을 들이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침실로는 너무 밝고 차분하지 못하여 편안히 수면을 취할
수 없어 부적당하다.

또한 부엌도 하루종일 온도가 높아 음식이 부패하기 쉽기에 피해야
한다.

아이들의 방을 남쪽에 배치할경우 국민학생까지는 성격이 활발해져
좋지만 중학교 이상 고학년 학생들의 공부방으로는 햇볕이 많이 들기에
정신이 산만해져 적합치 않다.

서쪽은 방위의 끝이며 계절로는 가을에 해당된다.

서방의 기운을 좋게 받으면 감성이 풍부해지고 성격이 원만해진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기거하면 조숙하고 심지가 굳은 성격이 된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나쁘게 작용하면 의욕이 없고 고독한 성격이 되기도 한다고
풀이되고 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구조와 방향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변하고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구조변경이 힘들거나 방을 옮길 수 없는
경우라도 가구의 배치나 잠자는 위치를 변경해 볼만하다.

예를들어 공부방이 남향에 있다면 책상을 북향으로 배치, 햇볕으로
인한 산만함을 줄일 수 있다.

또 북쪽이 공부방으로는 좋지만 침실로는 적합하지 않기에 가능하다면
공부방은 북쪽에 두되 아이들의 침실을 동쪽으로 배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새로 집을 짓거나 구입할때 방위을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