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사실상 조용한 살인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처절한 전흔과 절규로 가득한 아프리카 내전지역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7월말 북한을 방문한 야마모리 데스나오 국제기아대책기구 총재(59)가
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확인한 북한의 참상을
전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강성모) 초청으로 내한한 야마모리총재는
모든 것을 숨기려 하는 북한당국의 태도가 문제를 심화시키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제기아대책기구는 72년 창설된 기독교계통 구호단체.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이곳에서는 홍수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 333만달러분을 지원키로 하고 그간 70%
이상을 보냈다.

"4월에 95년 폭우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의주를 찾아갔고
이번에도 같은 곳을 희망했지만 최근 다시 물난리가 나 교통이 두절돼
불가능했습니다"

이번에 찾은 곳은 2만9,000명이 상해를 당한것을 비롯 총6억5,7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강이 넘쳐 무너진 학교터에는 벽돌만 남아 있었다고.

"북한이 주체사상과 자존심을 꺾고 국제기구에 호소하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죠.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실상을 확인시켜 주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외부인에게는 평양과 은파만 공개했죠"

7월30일 북한 큰물피해대책위원회 정윤형 위원장이 중북경 유니세프
사무실에서 "수해로 수백명이 죽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평양만 보고서는 원조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야마모리총재는 일본 나고야출신의 미국인으로 현재 미 아리조나
주립대 교수(사회학)로 재직중이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