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돈줄이 대기업 일변도에서 창업투자회사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창투사만도
10여곳이 이를 정도.

투자대상 또한 인기영화사나 감독의 작품뿐만 아니라 신설영화사의
창립작 및 신인감독 데뷔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창투사들의 영화제작 참여는 지난해 영화산업이 준제조업으로 분류되면서
시작됐으나 이처럼 본격화된 것은 일신창투의 ''은행나무침대''투자 성공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풍창업투자(대표 장용택)는 영화사 한시네텍(대표 한상찬)의 창립작인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의 총제작비 20억원중 절반인
1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신인 구성주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이달 중순 크랭크인, 연말께
개봉될 예정이다.

올상반기 최대히트작 "은행나무침대"에 장은창투와 9억원을 공동투자해
2배의 이익을 남긴 일신창투(대표 고정석)는 드림써치(대표 황정욱)의
창립작 "체인지"제작에 3~5개사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한다.

일신창투는 이밖에도 올해 개봉된 순필름(대표 이순열)의 "본투킬"에
5억원, 한맥엔터테인먼트(대표 김형준)의 "피아노맨"에 8억원을 투자,
창투업계의 영화참여붐을 선도했다.

기은개발금융(대표 이택주)은 제일필름(대표 송경훈)이 제작할 "용병
이반"에 SKC와 10억원을 공동투자키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종합기술금융(대표 윤영훈)은 현재 상영중인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에 5억원을 댔다.

한림창투(대표 오정현)도 영화제작지원에 적극적이다.

피카디리극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서통의 계열사인 이회사는
동아수출공사(대표 이우석)가 영국 그라나다사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한.영합작영화 "더블 크로스"에 이어 그랜드필름(대표 석세영)이 제작할
"사이코 댄스"에도 투자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앙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벽산그룹의 벽산창투와 신무림제지 계열의
세진창투도 영화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아예 영화사를 차리거나 전담인력을 배치해 중점사업으로
육성하는 창투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중 가장 먼저 영화제작에 뛰어든 일신창투와 장은창투는
올해초 설립한 "한국영상투자개발"(대표 황의준)을 통해 5~6개 창투사들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일신창투 고정석대표는 "영화는 일반제조업에 비해 자금회전이 빠른데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비디오판권은 건질수 있고 작품이 좋아 해외영화제에
진출할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까지 얻게돼 투자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대표는 또 거액의 펀드자금을 영화사에 제공하면서 마케팅과 관리부문도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창투사들이 이처럼 영화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자금회수기간이
1년이내로 짧고 순익규모도 크기 때문.

분산투자로 안전성 확보가 용이하고 각종 부대사업에 따른 파생상품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영화사들도 조건이 까다로우면서 이윤추구에 철저한 대기업보다
손익분기점이상 일정비율까지만 수익을 회수하면 나머지는 영화사에
넘기는 창투사들의 금융자본을 선호하는 추세다.

결국 창투사들의 포트폴리오전략과 영화사들의 수요가 맞물려 금융자본의
영화참여라는 새로운 경향이 탄생된 셈이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