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내 가입여부가 최종적으로 판가름날 OECD 이사회의
9월말 개최를 앞두고 OECD측의 추가 개방요구에 대한 우리정부의 최종
답변서가 지난 2일 공개됐다.

주요 내용은 내년부터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해외 모기업으로 부터
5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받을수 있게 되며 98년부터는 대기업이 발행한
무보증 전환사채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허용되는 것 등이다.

이로써 자본시장 개방일정에서 끝까지 유보됐던 현금차관도입 및
채권시장 개방확대 등과 관련해 추가양보가 이뤄졌다.

지금와서 왜 추가양보가 없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정부쪽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OECD가입 교섭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몇가지 점은 지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번에 추가개방을 약속하는 최종 답변서를 발표하면서 우리경제에
큰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결정됐다는 변명이 이율배반 같이 들린다.

OECD가입을 서두른 까닭은 국내 경제질서를 선진화하자는 것인데 협상에
임하는 우리정부의 태도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당국이 자주 말을 바꾸는 것 자체가 협상전략일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개방하는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어차피 미국이나
유럽과의 쌍무협상에서 개방압력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정부의 불투명하고 일관성없는 자세는 자본시장 개방에
임하는 우리 경제계의 각오를 흩뜨릴 염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방압력에 대응해 어떻게 충격을 흡수하느냐이다.

적어도 국익이 걸린 협상인데 흥정하듯 원칙이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아울러 한가지 궁금한 것은 왜 꼭 올해중에 OCED가입을 끝낼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OCED 가입으로 경제질서가 선진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제도정비와 의식전환이 필요하며 군사작전을 벌이듯 시한을 못박아 놓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자들이 왠지 모르게 시한에 쫓기는 인상을 줘 유감이다.

또 하나의 불만은 정책당국의 판단기준이 2중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때 자기자본이 최소한 20% 이상이어야
한다는 방침이 국내 기업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부터 시행됐는데
이번에 뚜렷한 이유없이 오는 98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그렇다면 98년이면 국내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어떤 확신이라도 있단 말인가.

또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에 한해 현금차관과 다름없는 5년 이상의
장기차입을 허용한 것도 불공평한 일이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국내 기업들과 외국인투자자 또는 외국인이 투자한
국내기업이 서로 다른 수준과 내용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OCED 가입은 이제 막판에 온 느낌이다.

이제와서 좋고 나쁨을 시비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가입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책당국의 불투명하고 일관성없는
협상자세, 그리고 차별적인 개방일정은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