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선 세계 굴지의 컴퓨터업체인 IBM이 "중국호적"을 획득했다고
야단이다.

IBM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 전자공업부로부터 중국내 컴퓨터
생산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생산허가증 번호는 XK-09-104-1055. IBM의 중국내 컴퓨터생산허가가
화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이렇다.

전세계 컴퓨터생산업체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 번째 허가인데다 국제정보산업발달의
선두에 선 IBM이 중국당국이 제시한 조건을 군소리없이 수용한데서다.

IBM은 이번에 중국당국으로부터 컴퓨터생산허가를 받기위해 다국적
기업의 체통을 버려야 했다.

중국의 국가표준에 부합되는 컴퓨터를 생산 판매하고 중국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세계시장에 판매될 제품에 중문설명서를 넣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IBM 중국합작법인은 중국의 법률과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다짐했다.

국제컴퓨터시장의 선두를 유지해온 IBM마저 중국이 제시한 생산조건을
가감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국시장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

중국정부는 그동안 대부분 업종의 중국내 생산을 허용하면서도 컴퓨터
산업에 대해서만은 자국내기준을 엄격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야한다면서
생산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정부는 겉으론 국가컴퓨터산업을 발전시키고 사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위해 컴퓨터생산허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첨단산업분야로 나가기위해선 컴퓨터산업을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세계컴퓨터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던 IBM 마저 중국정부의 치밀함과
시장의 매력앞에선 그들의 자존심을 구겨야했다.

이런 IBM의 중국시장진출전략이 적중했다는게 현재까지의 평가이다.

지난해 4.4분기와 올해 1.4분기에 중국 컴퓨터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IBM을 맹렬하게 추격하던 경쟁업체들의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추세라고 북경의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전한다.

그러나 이런 IBM의 중국시장 전략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이 제시한 조건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면서 중국행정기관에 판매되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 북경 = 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