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한외종금 M&A팀 부장 >

"편안하게 쉬면서 적을 기다린다(이일대로)"는 전략은 36계중의 한
계책이다.

무리하게 힘을 낭비하느니 보다는 몰아쓸 때를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다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시각각 시세가 순식간에 변하는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주가가 돌변하는 M&A주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은 풍문을 좇아
뇌동매매하기 십상이다.

최근 경영권에 대한 과세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공개제도 개편
이전에 기업을 처분하려는 상장회사들이 늘어나면서 M&A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전체적인 국내 M&A의 흐름을 읽고 상황적합적인 계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의 기업 인수에는 첫째 자본금과 대주주 지분율이
적은 기업의 주식 매집, 둘째 자산 가치나 수익 가치 등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의 인수, 셋째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전략적 인수의 세가지
유형이 있다.

이 세 유형 중 첫째의 경우에는 기업 인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둘째의 경우에는 재정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 기업 인수가 추진되고
있으나 이로 인한 가치 증식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미래 성장성에 바탕을 둔 전략적 기업 인수는 인수자의 경영
능력에 따라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굴지의 모 그룹이 외국 전문 컨설팅 회사에 수십억원을 지불하면서
"한국에서의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는 정보 통신 사업과 환경 사업이었다.

이들 사업은 아직까지 정부 규제하에서 중소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져
있는 형편이나 국내 시장 개방 상황이나 성장자금 소요액 등을 감안할 때
인수 방식에 의한 대기업의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는 주식을 계속 쫓기 보다는 중소기업 소유의 미래성장 주식에
투자하여 느긋한 자세로 기다려 보자. 작금의 탈진된 주식시장에서
M&A주의 길목을 지키는 것은 힘을 몰아쓸 때를 기다리는 계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