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생각은 기성세대와 어떤 차이를 보일까.

흔히 "연애따로 결혼따로의 실속파"로 그려지는 신세대들, 그들의 머리속을
들여다 본다.

S상사에서 미혼직원들을 대상으로 결혼과 연애에 관련된 각종 질문을
던져봤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연애하고 싶은 여자"를 말하라.

대답은 아니나 다를까.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는 "착한 여자, 맑은 여자, 안아주고 싶은 여자,
포근한 여자, 예의바른 여자, 게으르지 않은 여자, 대화가 통하는 여자,
집에 일찍 들어가는 여자..."가 꼽힌 반면 연애하고 싶은 여자로는 단연
"섹시한 여자"가 1위를 차지했고 변덕이 심해도 귀여운 여자, 성격을 떠나
무조건 예쁜 여자, 더치페이를 생활신조로 삼는 여자, 그리고 집에
안들어가는 여자가 꼽혔다.

같은 질문을 받은 여직원들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로는 "자상한 남자, 친구같은 남자, 3력(재력 능력
정력)을 갖춘 남자, 재치와 위트가 있는 남자..."를 꼽았고 연애하고 싶은
남자로는 매너있는 남자, 섹시한 남자, 재미있고 부담없는 남자 등을
들었다.

한 남직원의 말.

"결혼은 평생을 같이할 거니까 아무래도 편하고 착한 사람이 좋아요.

하지만 누구나 결혼전에 섹시한 여자랑 화끈한 연애한번 하고 싶지
않겠어요"

결혼하고픈 짝을 고른 신세대들의 프로포즈방법도 가지가지다.

"청첩장을 만들어 넣은 꽃다발을 선물한다"는 낭만파, "하루 5회이상
전화하기를 1주일, 그리고 1주일동안 한통의 전화도 없다가 갑자기 그녀의
집앞에서 100송이의 장미를 건넨다"는 심리분석파, "새벽에 전화해 잠결에
승낙하게 만든다"는 기습작전파 등등.

독신선호비율이 높은 신세대들, 그들도 마음속 깊이 결혼을 원할때가 있다.

"결혼하고 싶다고 느낄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의 여러가지 대답들을 보자.

"본능을 참을 수 없을때, 술마시고 집에 들어가 스탠드불을 직접 켤 때,
혼자 삼겹살을 구워먹을때, 친구 결혼식에 갔을때..."

결국 자신만만한 신세대들에게도 혼자라는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고통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결국 결혼에 성공한 쉰세대들은 결혼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

"늦게 할수록 손해인게 결혼" "살아갈수록 재미있는 일이 많더라"
"상대방에 맞추어 새롭게 태어나는 즐거움" 등 긍정적인 대답과 더불어
"어쩔수 없다는 마지노선에 몰리기 전에 절대 결혼하지 말라" "싱글의
자유로움이 그립다"는 탄식도 들린다.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이는 결혼과 연애의 분리, 결혼상대자에 대한 욕심,
결혼에 대한 후회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개방과 자유의 기치를 내건 신세대들
에게도 결혼의 무게는 묵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