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강령"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이며, 그것이 기업윤리 강령과 어떻게 연결되느냐를 논했다.
여기서 기업윤리의 기준을 "합법성"에 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대상을
일반 국민이나 사회에까지 확대하는 데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
했다.
그 속에서 불우이웃돕기, 문화활동지원, 장학금지급 등은 기업의
사회적책임과는 무관한 일종의 "사회적 공헌"이라고 별도로 취급하면서
이것은 순전히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개방화시대의 새로운 국제경쟁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기업윤리 문제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려는 경제인들의 노력으로
보아 매우 좋은 연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연구를 위하여 몇가지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올리는 데에 있다.
기업이 손실을 내면 사회적 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을 의미하고,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은 사회에 대한 죄악이다.
기업이란 장기적으로 존속해야 하며 이익은 장기적인 것을 말한다.
즉 현대 기업의 목적은 "사회와 공생하여 같이 번영해 나가는것"이다.
이러한 전제아래 이 보고서의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합법성은 기업윤리의 최소한 기준이지 일반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합법성과 윤리성의 매트릭스를 그려보자.
탈세 뇌물 등은 불법적 범죄이면서 비윤리적인 행동이고, 국내에서는
사용금지된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을 아직 그러한 금지규정이
없는 개도국에 수출하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비윤리적이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거래업자의 대금지불을 연기시켜 주는 것은 대리점
거래 계약에는 위배되지만 윤리적인 행위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윤리란 법규가 요구하는 최저한의 기준을 말한다.
둘째 기업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업활동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
기업활동 이해당사자에는 제1차 이해당사자(기업주 주주 경영자 종업원)
외에 제2차 당사자(고객 노동조합 납품업자 경쟁자)및 제3차 이해당사자
(지역주민 소비자단체 여론 정부)가 있는데 이중에서 제1차 이해당사자의
단기적 이익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에 불리해질 수가 있다.
과대허위광고 폐수방류 등은 그 때문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고객 지역사회주민 여론 등 제2, 3차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해 주어야 기업의 명성이 유지되며 오히려 그럴때 주주 종업원
등 제1차 이해당사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해서는 안되는" 부정적 책임과 "해야 할"
긍정적 책임으로 나눌수 있다.
즉 허위 건강식품을 파는 행위,타사 제품을 사지 못하게 방해하는 행위,
보증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 등은 해서는 안된다.
넷째 기업윤리강령은 대외 선언용이 아니고 대내 실천용이라야 한다.
즉 윤리수준이 높아야 사회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므로 윤리강령이나 종업원 행동준칙은 "아름다운
문장"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종업원이 그러한 윤리강령을 지키고 있는지를 모니터 할수있는
장치와 제도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만일 윤리강령을 위반하면 누가
책임지며 어떻게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생각할 때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이란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이러한
이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사회와 공생하지 않는 기업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여 살아 남을수 없다는 관점이 확고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윤리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자면 개인시민과 마찬가지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적절히 수행해야 한다.
즉 기업의 "사회적책임=기업윤리=기업이익"이라는 기업과 사회의
공생방정식이 성립된다.
특히 기업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더 효과적
일수도 있다.
윤리기업이면서 고속도로 성장해 10년만에 전세계에 약2,000개의
체인점을 설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영국계 화장품회사
보디숍(Body Shop)은 상업광고에 쓸 돈을 환경보호활동, 종업원들의
사회봉사활동, 후진국 지원활동에 씀으로써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이미지 향상에 크게 성공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강요받지 않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은 기업윤리및
기업이익과 직결된다.
세계무역의 3분의1을 점하고있는 미국의 경우 상무부는 실질적인
윤리강령이 없는 외국기업들과는 거래하지 말도록 자국 기업들에
권고하고 있다.
WTO도 국제적 기업윤리강령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 구체적인 결과로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에서는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뇌물행위라도 국내법에 저촉되도록 각국의
법률을 개정할것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우루과이라운드, 그린라운드에 이어 윤리라운드
(Ethics Round : ER)의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윤리나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겉치레용이 아니고 개방화시대에
국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강력한 경쟁력이다.
이것은 21세기를 맞는 기업의 새로운 전략이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