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경제위기와 정부정책 .. 이필상 <고려대교수/경영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설마 하던 경제가 무력하게 주저앉고 있다.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급기야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입은 아랑곳없이 증가하고 있어 경제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7월 들어 수출은 3% 감소했으나 수입은 13%나 늘어났다.
금년 7월말까지 무역적자는 이미 103억불로서 역대 최고기록이다.
수출여건이 계속 악화하면서 산업생산지표는 일제히 위험수위에
달했다.
산업생산 증가율 3.8%, 제조업 증가율 77.8%, 재고 증가율 20.2% 등
경기침체에 대한 증거가 현저하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가불안이다.
7월말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는 4.2%를 기록하여 연간 목표 4.5%에
근접했다.
결국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경기순환적인 단기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외부여건의 호전이 없는 한 우리 경제는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운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져들 전망이다.
그러면 경제가 이와 같이 난국에 빠진 원인은 무엇이고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일차적인 원인은 일본 엔화의
절하이다.
지난 1년간 30%가 넘는 엔화의 절하가 일본 상품에 대한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또 반도체와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의 국제 가격하락이 수출여건을
더 악화시켰다.
따라서 수출기반이 급격히 무너졌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최근 경제난관에 대한 더 큰 원인은 정부정책의 잘못에 있다.
지난 2~3년간 0%대의 고성장 활황을 보일 때 우리 경제는 내면적으로
경기 양극화라는 내면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부는 당연히 중소기업육성을 통해 수출저변을 확대하여 오늘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실제로 그 동안 중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대호황을 누리는
반면 경공업을 이끌어가던 중소기업들은 빈사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적자 생존원칙을 내세우며 중소기업기반의 붕괴를
사실상 방치하고 오히려 대형화 위주의 정책을 펴며 방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산업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된 상태에서 엔화의 절하와
국제가격이 하락하자 경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저변이 없는 역삼각형태의 산업구조는 작은 외부충격에도
쉽게 쓰러진다.
이를 무시한 산업정책이 결국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정책은 OECD가입에 매달려 금융개방을 과도하게 허용한 것에도
잘못이 컸다.
정부는 97년부터 외국기업에 현금차관을 허용하며 98년에는 채권
시장의 개방을 허용하는 등 금융시장개방의 최후 마지노선을 허물었다.
또 98년에는 외국은행과 증권회사의 국내설립을 자유화하고, 외국인
주식투자확대, 기업인수 및 합병허용 등 외국자본의 국내 경제지배까지
인정하는 개방을 허용한다.
국내금융시장 벽이 무너지면서 올 상반기 우리경제의 자본수지는
무려 1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엔화는 급속히 떨어지는데 원화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은 얼마나 더 큰 규모가 될지 모른다.
이렇게 볼 때 무모한 금융개방이 원화를 절상시키고 실물경제를
위기로 몬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현금차관, 금융기관설립 등 개방 내용에 있어 외국기업을
우대하고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모순까지 나타나고 있어 타격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위기의 탈출은 정부정책의 시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무책임한 의식부터 벗어야 한다.
책임추궁이 두려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 더
큰 위기다.
더구나 경제위기의 책임을 국민에 돌려 세금우대저축이나 제시하는
소극적 자세는 더욱 금물이다.
정부는 경제의 위기실상을 밝히고 과거 정책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기조의 근본적 전환에서 위기탈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주요 기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산업구조의 불균형시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체제로서 산업구조를 개혁하여 산업의
위험분산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이 네가티브 시스템 형태로 정부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들이 관료주의에 발목이 묶여 경쟁력을 기를 수가 없었다.
원칙적으로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 외에는 무규제상태로
만들어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OCED가입 등 선진국 환상을 벗어나 무모한 개방을 중단
해야 한다.
허점이 보이면 공격을 당하는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시대에 허세를
부리는 것은 스스로 생명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OCED가입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실물경제를 투기난국으로 몰아가는
금융개방은 재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통화와 재정운영의 정치적 중립 등을 통해 물가안정
기조를 강화하여 고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물가불안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금리와 임금, 그리고 땅값이 내릴
수 없다.
내년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선심용 팽창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구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논리에
의한 팽창정책은 자살 꼴이나 다름없다.
결국 안정기조속의 산업구조개혁이 우리경제가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근원적인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급기야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입은 아랑곳없이 증가하고 있어 경제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7월 들어 수출은 3% 감소했으나 수입은 13%나 늘어났다.
금년 7월말까지 무역적자는 이미 103억불로서 역대 최고기록이다.
수출여건이 계속 악화하면서 산업생산지표는 일제히 위험수위에
달했다.
산업생산 증가율 3.8%, 제조업 증가율 77.8%, 재고 증가율 20.2% 등
경기침체에 대한 증거가 현저하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가불안이다.
7월말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는 4.2%를 기록하여 연간 목표 4.5%에
근접했다.
결국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경기순환적인 단기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외부여건의 호전이 없는 한 우리 경제는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운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져들 전망이다.
그러면 경제가 이와 같이 난국에 빠진 원인은 무엇이고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일차적인 원인은 일본 엔화의
절하이다.
지난 1년간 30%가 넘는 엔화의 절하가 일본 상품에 대한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또 반도체와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의 국제 가격하락이 수출여건을
더 악화시켰다.
따라서 수출기반이 급격히 무너졌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최근 경제난관에 대한 더 큰 원인은 정부정책의 잘못에 있다.
지난 2~3년간 0%대의 고성장 활황을 보일 때 우리 경제는 내면적으로
경기 양극화라는 내면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부는 당연히 중소기업육성을 통해 수출저변을 확대하여 오늘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실제로 그 동안 중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대호황을 누리는
반면 경공업을 이끌어가던 중소기업들은 빈사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적자 생존원칙을 내세우며 중소기업기반의 붕괴를
사실상 방치하고 오히려 대형화 위주의 정책을 펴며 방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산업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된 상태에서 엔화의 절하와
국제가격이 하락하자 경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저변이 없는 역삼각형태의 산업구조는 작은 외부충격에도
쉽게 쓰러진다.
이를 무시한 산업정책이 결국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정책은 OECD가입에 매달려 금융개방을 과도하게 허용한 것에도
잘못이 컸다.
정부는 97년부터 외국기업에 현금차관을 허용하며 98년에는 채권
시장의 개방을 허용하는 등 금융시장개방의 최후 마지노선을 허물었다.
또 98년에는 외국은행과 증권회사의 국내설립을 자유화하고, 외국인
주식투자확대, 기업인수 및 합병허용 등 외국자본의 국내 경제지배까지
인정하는 개방을 허용한다.
국내금융시장 벽이 무너지면서 올 상반기 우리경제의 자본수지는
무려 1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엔화는 급속히 떨어지는데 원화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은 얼마나 더 큰 규모가 될지 모른다.
이렇게 볼 때 무모한 금융개방이 원화를 절상시키고 실물경제를
위기로 몬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현금차관, 금융기관설립 등 개방 내용에 있어 외국기업을
우대하고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모순까지 나타나고 있어 타격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위기의 탈출은 정부정책의 시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무책임한 의식부터 벗어야 한다.
책임추궁이 두려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 더
큰 위기다.
더구나 경제위기의 책임을 국민에 돌려 세금우대저축이나 제시하는
소극적 자세는 더욱 금물이다.
정부는 경제의 위기실상을 밝히고 과거 정책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기조의 근본적 전환에서 위기탈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주요 기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산업구조의 불균형시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체제로서 산업구조를 개혁하여 산업의
위험분산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이 네가티브 시스템 형태로 정부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들이 관료주의에 발목이 묶여 경쟁력을 기를 수가 없었다.
원칙적으로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 외에는 무규제상태로
만들어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OCED가입 등 선진국 환상을 벗어나 무모한 개방을 중단
해야 한다.
허점이 보이면 공격을 당하는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시대에 허세를
부리는 것은 스스로 생명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OCED가입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실물경제를 투기난국으로 몰아가는
금융개방은 재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통화와 재정운영의 정치적 중립 등을 통해 물가안정
기조를 강화하여 고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물가불안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금리와 임금, 그리고 땅값이 내릴
수 없다.
내년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선심용 팽창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구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논리에
의한 팽창정책은 자살 꼴이나 다름없다.
결국 안정기조속의 산업구조개혁이 우리경제가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근원적인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