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을 본인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며 이러한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이 재판을 이끌어 온 재판부에
대해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검사 여러분에게도 같은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이 사건은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구호아래 과거정권의 법통과
정통성을 심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의 권력이 제아무리 막강하다하여도
역사를자의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또한 국가의 계속성과 헌정사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도 정권이
바뀌었다하여 그 정권의 정치적 시각과 역사관에 의해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 시대의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노력한 처절한 삶의 기록입니다.

우리나라가 건국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과 국정담당자는
온갖역사적 시련을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였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민족의 역사상 처음으로 자급자족하며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갈 기틀을 만들어 놓았다고 본인은 확신합니다.

건국이후의 우리나라 역사가 독재와 부정축재로만 뒤덮인 암흑의
시기였다면 어떻게 오늘날의 번영이 가능하였겠습니까.

따라서 지난 반세기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하며 의도적으로 매도만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본인도 국정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10.26사건이후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였으며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정의로운 선진조국을 창조하려는 개혁의지를
가지고 국정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부덕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정책수행의
부작용이발생하여 국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준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89년 12월30일 당시 여.야 4당의 합의에 의해 국회의
증언대에 섰을때 이미 과거에 있었던 모든 잘잘못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 한사람에게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이 원한다면 감옥이든
죽음이든 그 무엇이라도 달게받겠다는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그러한 본인의 마음은 5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개인적으로는 버마에서 수많은 국가의 인재들을 잃고 이 땅에
홀로 귀국했던 그날부터 하루 하루의 삶을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으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여분의 인생이라 생각하고 보내왔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본인은 생명에 연연하거나 처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으며 오직 바라는 것은 본인 하나의 처벌로 국론분열과 국력의 낭비를
막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입니다.

끝으로 본인은 과거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적인 재판이 본인에서 끝이
나고 앞으로는 과거정권을 긍정적으로 승계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민족의 정체성을높이고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하여 온 국민이 매진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 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