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면서
수출전선 전반에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업계의 대책마련 호소에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비상대책회의다, 범정부적 종합대책 마련이다 하여
연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어제 김영삼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요 수출업계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최근의 수출부진과 무역수지적자 확대에 대한 업계의 건의를 듣고
대책을 협의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의 한단면을 읽게 해준다.

우리가 어제의 청와대모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초청대상자들이
재계총수가 아닌 주요 업종별 최고경영자들이라는 점에서 수출부진문제에
접근하는 고위층의 시각이 과거와는 문가 달라졌음을 감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표명이 주요 수출업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실질적이고
현장감있는 얘기를 직접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업계의 수출위기론에 지나친 낙관론으로 응답해온 정부의 "실기"만
아니었던들 오늘날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임을 생각할때 어제의
청와대모임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모임이 보다 일찍, 보다 자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수출부진은 정부가 "괜찮다" "괜찮다"를 연발하는 사이에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지 않으면 안될만큼 심화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42개월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올들어
적자국모가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고비용 저효율과 달러강세에 따라 "엔저 속풍"등으로
우리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어 올 하반기와 내년이후에도 뚜렷한
개선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의 수출부진의 요인이 경쟁력 약화와 주력품목의 공급과잉등
구조적인 것이어서 감소세를 반전시킬수 있는 이렇다할 대책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개선을 중심으로한 경쟁력강화
대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업계대표들이 어제 청와대
모임에서 건의한 대로 경제운용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환율
및 금리조정, 수출관련 국제완화, 업종및 품목별 수출촉진방안마련 등의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울러 마련해야 한다.

근거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다가 위기상황에 몰리니까 몇가지
탁상공론식 대책을 불숙 내놓고 할일 다했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로는
당면한 수출부진과 경쟁력의 위기에 극복할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출위기를 극복하려는 고위층의 의지가 수출행정
말단창구에 까지 그대로 전달돼 막바로 현장까지 연결될수 있도록 모든
수출행정 지원체제를 현장중심으로 시급히 전환하는 일이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의 사소한 애로사항 하나라도 확실하게
해결해주겠다는 자세만이 수출전선의 일서넹 서 있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을
고무시킬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