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자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지역진출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7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중견기업인중심으로 구성된 50명규모의
나진.선봉투자포럼 참관단이 내달 12일 나진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이미 방북해 무역관 개설을 추진중이며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들도 곧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토공의 방북조사단(단장 김윤기부사장)은 오는 10일 북한의 나진지역에
도착하기 위해 8일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북경으로 출발한다.

정부가 토공과 무공에 대해 우리기업의 대대적인 나진.선봉지역진출을
염두에 둔 공단조성과 무역관개설을 각각 추진토록 한 것은 북한이 4자회담
에 응해올 경우 남북경협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음을 알리려는 전향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삼성 등 민간기업들도 남북경협사업을 전면 재개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통신망구축사업을 놓고 태국 록슬리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삼성그룹
은 사업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9월중순으로 예정된 나진.선봉포럼이 끝난
뒤 통신수요 및 북한측 의중 탐색을 위해 실무진 파견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컬러TV 합작사업에 대한 정부의 사업자승인을 획득하는대로
북한에 사업조사단을 파견할 방침이며, 현대그룹은 4~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 당국에 방북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금강산샘물개발사업을 추진중인 (주)태창과 섬유임가공에 주력하고 있는
한일합섬도 기술자파견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은 남북한 최초의 합영회사인 "민족산업총회사" 남포공장이 오는
19일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컬러TV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을 생산하기 위한
전자공장설립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이밖에 녹십자 동양시멘트 등 경협사업자승인을 얻은 기업들도 사실상
중단된 대북사업의 재추진가능성을 북한측에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