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적절한 판단에 의한 수술이었더라도 환자 본인의 승낙을
받지 않았다면 수술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신정치 부장판사)는 7일 환자의 허락없이
심장수술을 당해 뇌전색증 등의 합병증으로 숨진 권모씨(부산 영도구
영선동)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가는 권씨가족에게 1억2천4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의 진료계약에 기초한
것으로 의사의 재량권과 동시에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의 측면도
있다"며 "권씨가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권씨 오빠의
승낙을 받은 것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사는 긴급한 사태로 인해 환자의 승낙을 받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설명에 의해 치료상 악영향을 가져오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을 하고 환자의 개별적인
승낙을 받을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권씨의 사망원인이 된 합병증이 의학상 불가항력이었다는
병원측의 주장은 이유없다"며 "의료상의 과실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입증하기는 극히 여려운 만큼 권씨의 사망이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않는 한 병원측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