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우리나라 산재율을 2000년 초까지 선진국수준인 0.5%로
줄이고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수)도 지금의 3분의1 수준인
1.0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산업안전선진화 기획단(공동단장 진임 노동부장관, 강진구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어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산업안전 3개년
계획에서 밝혀졌다.

이 계획은 3년간 총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노사 공동책임아래 사업장
안전관리 정착, 산재다발 생산설비의 근원적 안전성확보, 건강한 작업환경
조성, 추락 낙하 붕괴 등 재래형 건설재해근절 등 산업안전 선진화를 위한
8대 중점과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산업는 물불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과정이었다.

사고가 나면 운수소관으로 돌려 체념하는 버릇도 생겼다.

대형사고가 잦아져도 그럴 때마다 흥분하고 개탄만 했다.

또 한편으로 보상금지급을 둘러싼 시비로 시간을 끌다가 그런 사고는
망각되었다.

각종 건설현장은 산재 무방비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위험은 공사장이나 산업현장에만 한정되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가정에도, 길거리에도, 직장에도, 놀이시설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95년 우리의 산재율은 0.99% 수준으로 그동안 크게 개선돼 오기는
했으나 일본의 0.39% 영국의 0.67% 등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해로 인한 실질적인 노동손실을 나타내는 재해 강도율은 90년 이후
계속 증가추세에 있고 사망 만인율도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닐수 없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95년의 경우 5조6,700여억원이며, 근로손실
일수는 노사분규보다 무려 140배나 높은 수준이다.

산재를 경제적 손실로만 따질수는 없다.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인간생명 그 자체가
희생을 당하고 있다면 그 어떤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재해는 기술적낙후 등으로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원인은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있다.

법이나 규정과 제도의 미비보다 기왕에 있는 법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재해발생이나 교통사고 발생은 지켜야 할것을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원인을 끝까지 규명해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안전에 관한 관심과 철학은 오히려 간단하다.

안전사고는 그냥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면 사고는 없앨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사회란 지킬 것을 지키는 사회다.

우리사회는 이상적인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 놓고 그걸 지키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제도의 개혁과 보완은 의식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안전 3개년계획의 성공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털어낼수 있는가, 또 지켜야 할 것은 지키도록 할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재원확보와 투자계획보다 의식개혁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