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 독립경영회사"개념을 도입키로 함에 따라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독자경영을 선언했지만 삼성그룹과의 지분정리 문제로 완전 독립을
못하고 있는 제일제당과 신세계는 오랜 숙원을 풀게 됐고 앞으로 계열분리가
불가피한 그룹들의 경우 분가 행보가 더욱 빨라질 예상이다.

일부 그룹들은 새로 도입되는 친족독립경영회사 형태로 오너의 형제나
친인척간 계열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지난 6일 발표한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의 친인척이 지배하는 회사로 지분정리가 안됐더라도
내부거래 없이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회사는 내년부터
"친족독립경영회사"로 분류해 계열분리를 인정해 준다는 것.

이렇게 되면 상호지급보증이나 출자총액제한등 대기업 그룹에 대한
규제에서 면제돼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다.

현재는 계열분리를 하려면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3%이내로
줄여야 하고 개인별로는 1%내의 지분율을 유지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당장 수혜를 입는 기업은 제일제당과
신세계.

이 두회사는 지난 93년 모그룹인 삼성으로부터의 분가가 결정됐지만
삼성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고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이재현씨가 경영하고 있는
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5월 보유중인 11.5%의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고 독자그룹 선포식까지 했지만 공정위로부터 계열분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삼성생명 주식은 상장이 돼 있지 않아 처분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공정위가 친족독립경영회사를 인정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묶여있던 족쇄가 풀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일제당은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으면 보다 활발한
신규사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비슷한 처지인 신세계도 유통망 확보에 가장 큰 애로였던 부동산
취득 제한이 풀려 탄력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친족독립경영회사 제도는 앞으로 형제나 친인척간 분가가 예상되는
대기업 그룹에도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특히 최근 창업주에서 2,3세로의 경영권 이양이 활발해지면서 친인척간
지분해소에 골치를 썩고 있던 그룹들은 간단히 계열분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친족독립경영회사 형태로 분가가 가능한 그룹으로는 현대 선경
한진 동양그룹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정주영명예회장의 3남 몽근회장이 사실상 독립 경영하고
있으나 지분정리가 안돼 그룹계열사에 포함돼 있는 금강개발산업과
정명예회장 동생인 신영씨(사망)의 아들 몽혁씨가 사장으로 있는
현대해상화재 등이 훗날 분가하게 되면 친족독립경영회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점친다.

선경그룹도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지만 고 최종건창업주의 장남
최윤원 선경인더스트리부회장이 독립할 경우 절차가 보다 수월해졌다는
전망이다.

또 조중훈회장이 2세들간 영역정리를 해놓은 한진그룹도 계열분리의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창업주(고 이양구)의 두사위 현재현회장과 담철곤부회장이 경영을
분담하고 있는 동양그룹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밖에 창업주의 2세나 형제들이 경영에 이미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대신그룹 애경그룹 쌍방울그룹 미원그룹등도 향후 분가가 가시화되면
친족독립경영회사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친족독립경영회사의 경우 엄격히 내부거래가 금지되는
규제가 있긴 하지만 신규투자는 물론 자금운영등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대그룹 계열사들의 독립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