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항만청의 박모국장은 요즘들어 거의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주변사람들은 근 열흘이상 계속되고 있는 열대야로 다들 겪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나 박국장의 사정은
다르다.

그는 신설 해양수산부 직제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한 지난 1일부터
노심초사 상태에 들어갔던 것.

해양수산부 직제안에서 자신의 소속국이 과로 격하되면서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국장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그는 해양수산쪽에서는 "금값"인 고시출신인데다 업무수행능력도
탁월해 향후 해양수산부를 이끌고나갈 재목으로 인정받고 있어 곧
단행될 간부인사에서 "적소"가 배려될 것으로 보이기에 그렇다.

문제는 닥쳐올 인사태풍에 대한 불안감이 해양수산부의 두 축을
구성하고 있는 해항청과 수산청을 비롯 건설교통부 환경부 농림수산부
통상산업부 과학기술처 등 이관대상부처 공무원 대부분에 팽배해있다는
데 있다.

인사회오리의 신호탄은 건교부쪽에서 먼저 쏘아 올렸다.

건교부는 6일 해양수산부 직제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마자 해양
수산부로 내보낼 수로국의 과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관대상이 아닌 국이나 과에 근무하고 있더라도 "방출"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해양수산부 인사를 앞둔 관련부처의 긴장감은 사뭇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초대 해양수산부장관이 누가 되든 대대적 물갈이를 통한
분위기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특히 해항청과 수산청
소속 인사들은 초긴장속에 빠져있다.

두 청 공무원중 상당수가 비교적 연령은 높은 반면 직급은 낮아
자리유지에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청 조직이 이완되고 활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관련,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2실6국 체제인 해양수산부의
"맨 파워"에 대해 "쓸만한 인재들은 죄다 파견이나 연수를 보내놓고서
어떻게 일을 하겠나"라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항청의 경우 4급이상 간부는 모두 1백6명.

이중 국장급은 23명으로 평균연령이 51세다.

과장급 83명의 평균연령은 48세.

이 가운데 정부고위관계자가 말하는 연수 또는 파견중인 간부는
국장급 5명, 과장급 20명 등 총 25명으로 연령으로 보면 국장급이 평균
48세, 과장급이 41세다.

거의 대부분이 고시출신이기도 해 "신진기예"로 분류할 만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해양수산부가 바다행정을 명실상부하게
통할하는 조직으로 얼마나 빨리 위상을 정립하느냐 여부는 조직정비와
인사에 달려있다"며 "따라서 초대 해양수산부장관의 첫번째 과제는
"옥석"을 가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출범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해항청과
수산청간 자리확보다툼 양상이 조직정비와 인사과정에서 재연될 공산이
크다"며 "이 경우 출신기관별 파벌이나 분파가 조성돼 그에따른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회의를 통과한 해양수산부 직제안의 경우 인원감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짜여져 있으나 초대 장관취임이후 지방조직과
산하연구소 통폐합 등 2차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께
직제를 기능중심으로 재편하되 고급간부부터 순차적으로 해운항만
부문과 수산부문간 상호교차인사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숙지도와 유대감을
제고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의 직제는 큰 틀에서 볼때 해운.항만산업과 수산업을
적극 발전시키는 미래지향적 포석으로 짜여져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다시 손질을 가해야할 필요가 없지않다.

해운항만부문과 수산부문간 외형적 균형유지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그림이 억지로 짜맞춘 듯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해운선박국의 경우 7개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수산물
유통국은 불과 3개과로 짜여져 있는 등 해항청쪽 3국, 수산청쪽 3국으로
국수만 맞추다보니 정부부처조직중 유례를 찾기드문 기형조직을 낳게
됐다는 것이다.

또 비해운항만.비수산부문을 뭉뚱그려 해양정책실로 몰아넣은 흔적이
역력해 해양수산 정책전반을 조율해야될 해양정책실이 해운항만.수산
부문과 동떨어져 겉돌 공산이 크다는 비판도 있다.

한마디로 업무나 기능위주로 직제를 만든게 아니라 사람배치에만
치중해 "일할 수 있는" 조직과도 거리가 멀고 "작은 정부"에도 배치되는
모양새를 갖춘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비판적 시각대로라면 수산부문 등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수산업계의 상실감과 위기의식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해양수산부가 1.2.3차 산업을 한데 관장하는 최초의 정부조직이란
점에서 보면 태생자체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신설 해양수산부의 초반
순항여부는 결국 어떻게 운영의 묘를 살려 이질감을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