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의 경제흐름이 심상치 않다.

수출부진과 과대지출에 따른 국제수지악화가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향후 전망 또한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금년 2.4분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한 우리의 수출
증가율은 7월중 급기야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무역수지적자는(통관기준)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수지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상품교역부문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적된 바와 같이 서비스부문에서의 교역을 나타내는 무역외수지
또한 금년들어 급속히 악화되어 그 적자규모는 금년중에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공식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볼때 무역수지적자와 무역외수지의 합계인 경상수지의 적자
규모가 정책당국의 최근 수정전망치 120억달러를 쉽게 능가할 것임은
그야말로 명약관화하다.

우리가 국제수지의 여러 개념들중 특히 경상수지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가계 기업 및 정부 등 우리 경제주체들이 "참된
국민소득 수준" 이상으로 "분수에 넘치게" 써버린 초과지출분이며,
따라서 곧 대외부채의 증가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경제사회의 특징중 하나는 이와같이 극히 원론적이며
너무나 기초적인 사항이 새삼스럽게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국민경제를 막론하고 참된 국민소득의 규모는 그 국가의
경상수지가 균형일 때의 국민소득 수준인 것이며 경상수지가 적자인
경우 그 경제는 그만큼 소득 이상의 과대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가 만성적인 적자인 경제의 경우 지출면을 기준으로 하여
중요한 정책적 판단과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그 경제는 그를 뒷받침해
주는 경제의 실상을 무시한채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악순환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결국 경상수지적자가 극히 일시적 현상이거나 어느 시기에 가면
자동적으로 개선된다는 확실한 전망이 서지 않는한 감당할 수 없는
외채증가 범위 이내로 초과지출분은 감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적자의 원인이나 동기와 무관하게 개인에게나 국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금년들어 우리가 겪고 있는 수출부진의 경우 그 직접적 원인은
주로 가격경쟁력 상실이며 궁극적 원인은 우리 원화의 일본 엔화에
대한 대폭적인 평가절상 현상인 것으로 보아야 옳다.

물론 소위 고비용.저효율을 초래하는 국내 요인들이 수시로 강조되고
있으나 사실상 이들 요인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것이다.

일본의 "엔고"현상이 최고조에 달한것은 지난해 2.4분기중이었다.

그후 일본 엔화는 약세로 반전되어 달러화에 대해 현재까지 약32%나
절하되었다.

그런데 이 기간중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7%정도 절하되었고 그
결과 원화의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은 25%나 절상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 미국 및 일본 등 3개국간 환율의 이와같은 변동은 1986년과
87년에 있었던 것과 형태와 정도면에서 정반대되는 내용인 것이며
따라서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 또한 그 당시의 경우와 기본적으로는
정반대되는 내용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1986년 및 87년의 경우는 그것이 전세계적 현상이었고 우리의
경우 경공업이 건재하였으므로 거의 모든 부문의 수출이 크게 촉진
되었으며 특히 미국시장에 대한 진출이 크게 확대되었었다.

그러나 현재의 경우는 중화학중심의 수출구조이므로 일본과의 경쟁
관계가 과거보다 더욱 밀접해졌다.

그결과 전통적으로 일본과 경쟁하는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뿐만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대규모의 흑자를 이룩해왔던 동남아시장에서까지
일본과의 경쟁관계 악화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상황은 과연 시정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이론적으로는 항상 가능한 것이다.

자유변동환율제도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1973년 이래 주요국가들간의
환율은 끊임없이 변동하여 왔다.

그러나 그간의 우여곡절 끝에 현재 어느정도 "안정"되고 있는 엔.달러
환율의 이면에는 미국과 일본간의 암묵적 합의설이 강하게 유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달러환율은 비록 최근들어 다소 절하되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의 경상수지적자폭을 반영할 수 있을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자본유입이 초래하는 원화에 대한 절상압력
때문인 것이다.

직접적인 통화량규제정책의 한계성으로 인하여 통화정책의 중간목표가
이자율 중심으로 이행하려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외환시장에 나타나는
원화의 절상압력은 중앙은행의 개입보다는 환율변동에 의해 흡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딜레마를 제거해주고 모든 것을 선순환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고비용과 저효율 문제의 해결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고질화되려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참된 소득 이상의 과잉지출이 이루어지는 거품경제 아래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고물가 고금리 고임금 등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뜻하는 과잉지출의 효율적 관리가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해외여행경비 과대지출에 따른 무역외수지 악화는 가계부문의 과잉지출
억제 필요성의 한 예인 것이다.

기업부문과 정부부문 또한 그 위치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며 이 모두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적정경제성장률의 새로운 평가가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