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근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음에도 도요타 그룹이
신규 참여를 결정한 것은 시장규모가 대단히 클뿐아니라 21세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을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이 불황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를 나타내기 시작한 후 도요타그룹은 물밑으로
꾸준히 반도체사업에의 진출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때는 계열사인 도요타자동차차체를 통해 해외메이커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도요타가 반도체사업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를 뒤이을
제2의 사업을 신속히 구축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현재 정보통신 주택등의 분야에 진출해 있으나 이들은
시장규모가 작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제2의 주력분야로 반도체를 선택한 것은 이분야는 최첨단
생산설비가 필요한데다 3~4년마다 설비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곧바로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요타는 "도요타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제일의 풍부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다.

계열사인 도요타차체 한회사의 여유자금만도 2조엔을 넘는다.

자동차의 전자화가 진행되면서 관련반도체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이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요인의 하나다.

엔진 및 카내비게이션제어용 반도체는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유망시장이다.

도요타와 손을 잡은 TI는 투자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일본자동차
관련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작회사는 일단 자동차관련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점차적으로
영역을 확대해갈 것이란 게 일반적 시각이다.

합작회사의 내용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공장은 아이치현에
설립하고 생산한 반도체는 TI가 전량을 구입한후 일정비율을 일본전장 등
도요타그룹에 공급하며 나머지를 세계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요타가 반도체시장에서도 성공할 수있을지 여부는 속단을 불허한다.

도요타는 반도체에 관한한 경험이 없는데다 반도체산업은 자동차에
비해 호황과 불황의 파도도 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요타그룹의 참여가 세계반도체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은 분명하다.

세계적 자동차메이커가 이분야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TI와
손을 잡은만큼 기존업체들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시황의 악화와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반도체업계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 도쿄 = 이봉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