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의 리더가 어제 전격적으로 교체되었다.

해양수산부 출범에 맞춰 한두명의 경제각료가 갈릴지 모른다는 예상은
있었지만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포함, 절반 가까운 경제각료가 바뀔
줄은 아무도 짐작조차 못했다.

그점에서 8-8개각은 역시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손색없는
"YS인사"였다.

이번 개각의 배경과 의미에 관해서는 여러 갈래의 설명이 가능하다.

라웅배 전부총리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얘기와 함께 당정간 협의-협력
체제를 보다 강화하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 등이
그 것이다.

어떤 각도로 해석하고 주석을 붙이건 핵심은 오늘의 경제상황이 예사롭지
않으며 따라서 경제팀장을 교체,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겠다는 결론을
최고통치자가 내린 결과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 한승수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의 책임은 더욱
무겁고 기대 역시 클수밖에 없다.

새 경제팀에 최우선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 경제가 지금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로부터 헤어날 처방,
국민이 믿고 따를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위기라고까지 표현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문제돼야 할 것은 이제
연착륙이니, 혹은 급냉의 차원이 아니다.

지금보다는 내년이 더욱 어렵고 그 다음은 아예 예상을 하기 힘들만큼
암담하다는게 지금 민간 경제계와 많은 전문가들간에 나도는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제수지적자가 예상을 훨씬 넘어 팽창하고 있고 물가가 억제목표를
지키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현실도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구조적이고 좀처럼 개선될 가망이 안보인다는데 있다.

정부가 "괜찮다"를 연발하는 사이 상황은 더욱 악화돼 왔다.

그것은 구조적인 현상으로서 단기대책 갖고는 어떻게 할수 없고
해보는게 옳지도 않다면서 팔짱을 끼고 관망하는 사이 사태는 갈수록
나빠져 왔다.

새 경제팀은 이제 사정이 이렇게된 배경이나 원인설명은 생략하고
설득력있고 믿을수 있는 분명한 정책과 구체적인 처방을 내놔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탄만 할게 아니라 금리를 내리고 임금을
안정시키고 땅값은 안정이 아니라 내릴 대책, 여전히 과다한 규제를
진정으로 완화 철폐할 방책을 찾아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일반국민, 기업인과 근로자가 장래를 예측할수
있고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과소비나 대소기업들의 해외탈출 바람도 따져보면
그렇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신임 한부총리는 지난봄 개각때 이미 그 물망에 올랐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김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했을
인물로서 일단 기대를 걸어보게 한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장관급 격상과 이석채 수석의 기용은 앞으로
경제정책을 부총리와 경제수석 중심으로,그리고 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꾸려가게 할 전망이다.

어려운 때에 큰 짐을 지고 출범한 새 경제팀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