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자동차가 다시 밀려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휴가철이 대충 끝난
모양이다.

차를 몰고 휴가를 다녀 왔다면 이때쯤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차량정비.

휴가를 떠나기 전 정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녀온 뒤의
정비는 더 중요하다.

차량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가장 쉬운 때가 바로 휴가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휴가후 차량 정비 여부가 앞으로 1년간의 차량 상태를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냉각수나 벨트류 점검등 직접 손쉽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보다 철저를 기하기 위해서는 근처의 정비소를 찾아 배선 서스펜션 등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오래 탈 수 있다.

<> 냉각수 점검

우선 점검해 봐야하는 것이 냉각수다.

엔진과열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여름철에는 냉각수가 떨어지기 쉽다.

자칫 잘못해 보조탱크의 뚜껑이라도 열려 있다치면 여유분의 냉각수가
아예 말라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휴가후에는 냉각수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라디에이터 탭을
열어보고 보조탱크도 점검해봐야 한다.

보조탱크가 새는 지 여부도 잘 살펴야 한다.

냉각수를 채울 때는 아예 겨울철에 대비해 부동액으로 교환하는
것도 괜찮다.

여름철 카센터에 냉각수를 보충해 달라면 부동액 대신 맹물을 채워넣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식으로 몇번 냉각수를 보충하고 부동액 교환을 잊어 버리면 막상
겨울철에는 냉각수가 얼어붙어 고생하는 수가 있다.

<> 세차

휴가를 다녀와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오면 깜빡 잊기 쉬운게 세차다.

그러나 피서 직후 세차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다.

특히 피서를 바닷가로 다녀왔다면 세차만큼은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된다.

소금기가 많은 공기에 금속부분이 오래 노출되고 나면 부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하체를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하체세차는 비용이 일반세차비보다 많이 들지만 차량 건강 유지에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체 세차는 바닷가 피서를 다녀오지 않아도 해줘야 한다.

흙탕길이나 비포장 도로를 달렸으면 하체는 당연히 지저분해졌다고
보면 맞다.

차체에 진흙이 붙으면 차체의 열기로 떼어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해지는
만큼 마르기 전에 세차를 하는게 좋다.

자갈길을 달려 하체에 상처가 생겼다면 녹이 슬지 않도록 방청제라도
뿌려둬야 한다.

브레이크 호스의 상처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 습기제거

여름철 장마로 차내에 습기가 많이 찬 상태다.

실내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피게되고 악취의 원인이 된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좀처럼 습기를 제거하기 어렵지만 맑은 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세워두고 도어를 활짝 열어 통기시킨다.

장소문제로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외부와의 공기를 차단하고 한동안
제습제를 넣어두어도 된다.

<> 배터리점검

배터리의 수명은 여름철에 급격히 짧아진다.

배터리의 온도가 높아져 배터리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겨울철에 가서 느닷없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여름철에 문제가 없었다해도 겨울철에는 배터리에서 전기를 모아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3년정도 됐다면 아예 새것으로 갈아 주는 것이 좋다.

<> 벨트등 고무제품류 점검

부품류 가운데 여름철에 가장 손상되기 쉬운 것은 역시 벨트를 비롯한
고무제품류다.

특히 엔진룸내의 벨트류는 늘어지기 쉽다.

따라서 벨트의 장력을 점검해 제대로 조여줄 필요가 있다.

늘어진 상태가 계속되면 "삐익"하는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동력전달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너무 조여주면 차에 부담이 간다.

벨트의 장력은 손으로 눌렀을때 세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느껴질
정도가 좋다.

<> 배선점검

차가 처음 출고될 때는 모든 전기 배선의 연결부위에 플라스틱 캡이
씌워져 있다.

그러나 자주 정비를 거치다보면 이것이 제거되고 테이프로 감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철 배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흐늘거리는 테이프부분을 다시 새것으로 갈아 단단히 감아줘야
한다.

<> 엔진오일 교환

온도가 올라가면 오일이 묽어지고 변질되기 쉽다.

특히 디젤차는 엔진이 높은 압력으로 공기를 압축해 폭발력을 얻기
때문에 휘발유차보다 더 쉽게 변질된다.

따라서 엔진오일을 다른 때보다 빨리 갈아줘야 한다.

엔진오일을 갈아줄 때는 에어클리너도 함께 점검해본다.

<> 타이어 및 휠 점검

타이어의 트레드나 휠에 끼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줘야 한다.

특히 작은 못처럼 뽀족한 것이 끼어 있으면 공기가 아주 천천히 빠져
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휴가 출발에 앞서 다소 낮춰 놓았던 공기압도 다시 점검하고 마모됐다면
타이어를 이 기회에 갈아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비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타이어에 큰 충격이 가는 것을 느꼈다면
휠의 상태도 살펴봐야 한다.

자칫 휠이 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휠 밸런스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 기타

여름철 비포장 도로를 많이 달린 차라면 클러치 디스크도 많이 마모될
수 있다.

클러치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클러치 디스크가 닳으면 클러치 페달의 유격이 줄어들어 연비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적절한 때 갈아줘야 한다.

브레이크 디스크도 마찬가지다.

쇼크업소버의 진동도 체크해 진동이 심하면 새것으로 교환한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