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겨루는 포뮬러 F1 레이스에서 105번이나
우승, 영국의 맥라렌과 더블어 최다 우승 경력을 갖고 있는 페라리는
이탈리아 카레이스의 살아있는 역사다.

이는 페라리사의 창립자이자 스포츠카 경주의 대부인 엔초 페라리의
자동차 경주에 대한 남다른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F1 경주는 최첨단의 공학기술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1950년 처음 시작할 때는 94개 팀이 참가하였으나 현재는 12개 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F1경주에 참가하여 화려한 성적을 내고
많은 베스트 드라이버를 만들어낸 팀이 바로 페라이인 것이다.

엔초 페라리는 자동차 경주기술을 경기장을 벗어나 일반도로에서도
꽃피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1950년대부터 250GTO, 308GTO를 대량 생산하게 되었고 87년에는
드디어 창사 40주년을 기념하는 명작 F40을 개발하게 되었다.

F40은 87년 10월 당시 89세의 엔초 페라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탈리아
몬데나에서 공개되었다.

F40은 리어스포일러를 차량 뒷부분에 높게 달아 F1 경주차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고속에서 비행기 날개의 반대역할을 하여 차량 구동바퀴에 누르는
힘을 최대한 발생시켜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게 된다.

리어 램프는 항공기의 분사구를 연상시키도록 동그랗게 디자인하여
파워풀한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실내는 더욱 머신(경주용차)의 냄새가 물씬 난다.

운전자의 편안함보다는 기능적으로 계기판이 배치되어 항공기 칵피트
(조종석)를 연상케 한다.

또한 시트는 머신과 같이 패드가 없는 딱딱한 시트에 가죽을 씌워
경주용차의 이미지를 갖게 하였다.

차량의 높이는 상.중.하 세가지로 조절되어 빠른 속도로 주행시에는
차체높이를 20mm정도 낮추어 안정된 핸들링과 주행안정성을 유지하게
하였다.

주차시에는 차량자세를 높여 운전자가 타고 내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엔진은 인터쿨러가 장착된 두개의 트윈 터보차저에 힘입어 478마력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엔진의 힘은 최고시속 322km를 기록하게 하여 포르셰 959를
제치고 당시 최고 빠른 차로 알려지게 되었다.

F40이 처음 발매될 때에는 1억7,000만원의 가격으로 450여대를
생산했지만 투기성 구매자들에 의하여 독일에서는 4배가격인 6억7,000만원에
거래되었다.

결국 차량구매자의 요구에 의하여 1,000대를 더 생산하도록 계획을 수정,
92년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모두 1,310대를 생산했다.

이후 95년 제네바 모터쇼에는 4,700cc의 V12 엔진을 탑재하여 도로
위의 F1 경주차라는 평가를 받은 F50을 선보여 또 한번 많은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반세기 동안 레이스카에 전념해온 페라리가 앞으로 일반도로에서
또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김상권 < 현대자동차 승용제품개발연구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