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이후 386만2,000계좌 6조3,219억원(96년3월말현재)의
가명이나 차명예금이 실명으로 전환했다.

실명전환의무기간이 만료된 지난93년10월12일의 6조2,379억원
(89만5,000계좌)에 비해 금액으로는 84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실명전환되는데 그쳤지만 계좌수로는 296만7,000계좌가 새로 실명화됐다.

가명예금의 실명전환은 2조8,048억원, 차명예금의 실명전환은
3조5,171억원에 달했다.

가명으로된 예금의 실명전환율은 98.7%에 이르러 가명예금중 실명으로
전환하지않고 남아있는 금액은 369억원(3만계좌)에 불과, 가명예금의
존재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가명계좌당 평균잔액은 123만원으로, 실명전환을 포기한채
남아있는 떳떳지 못한 일부 거액자금과 잔고가 거의 없는 계좌들이
섞여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별로 가명예금의 실명전환실적을 보면 거액자금이 많은 투신사의
전환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금액을 인출하고도 계좌를 해지하지 않은채 남겨 놓는 경우가 많은
증권사와 투신사에서 아직도 가명으로 남아있는 계좌가 많았다.

그러나 가명예금전체보다 실명전환한 차명예금이 7,000억원 가까이
많은데다 차명예금의 실명전환율이 더 낮을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차명예금형태로 남아있는 계좌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증권이나 보험쪽에서 남의 이름을 도명했거나 차명을 알선한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실명확인율은 94년말 94.5%에서 지난연말 97.8%, 올 3월말현재 98%로
점차 높아졌으나 증가율자체는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현재 미확인율은 2.0%에 불과하지만 계좌수로는 2,200만계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예금주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3년동안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한번도 찾지 않았던 예금들이다.

실명확인을 하지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돈을 한푼이라도
빼쓰려면 기존통장의 실명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같은 실명미확인 자금의 대부분은 당장 실명확인이 필요없는
장기정기예금이나 보험계좌일 것이라는게 재정경제원의 설명이다.

<>만기에 돈을 한몫에 찾는 정기예금이나 <>자동이체되는 정기적금
<>선납보험료 <>자동이체되는 정기보험등은 돈을 찾는 만기 때가
금융실명제실시후 첫거래가 되므로 그때가서 실명을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조5,000억원이나 되는 돈 가운데는 실명확인을 하기가
껄끄러운 자금도 일부 포함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실시전에는 금융기관이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구해서 계좌를
만들어주는 관행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치인이나 고위층인사들이
남의 명의를 훔쳐 계좌를 연 차명계좌도 있으리라는 추정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