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전환예금에 대한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칼자루를 잡고 있는 국세청이 실명제 실시이후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조사
대상이나 조사착수시기 등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황을 놓고 보면 조사착수시점이 무르익은 상황이며 일각에서는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이같은 관측의 근거는 사전 정지작업이 마무리단계라는 점.

국세청은 지난 93년 8월부터 2달동안의 유예기간중에 이뤄진 실명전환
자료를 인별 가구별 금액별로 구분하고 개인별로는 연령 직업 사업경력
소득수준 재산상태 부동산거래상황 등 소득원이나 자금능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그동안 해왔다.

각종 납세자료와 실명전환자료를 비교, 조사대상자를 미리 추려 내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정지작업이 끝나는 단계라면 당연히 본 작업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금출처조사를 벌일 것이며
조사방향은 어떨지가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이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한 대상은 <>20세미만으로 1천5백만원을
<>20-30세는 3천만원 <>30세이상은 5천만원.

이중에서 국세청이 지금까지 밝힌 조사대상은 유예기간중에 2억원이상을
실명전환한 사람으로서 증여및 탈세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하지만 실제 조사대상은 이 액수보다 더 커질, 다시말해 조사대상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세무조사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세청이 처리할 수 있는
조사업무가 제한적이며 금융실명제의 빠른 정착을 위해 조사대상을 줄여야
한다는 "상황논리"탓이다.

게다가 조사결과 얼마나 "전과"를 얻겠느냐는 효율성차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실명으로 전환한 사람이라면 자금의 외부노출이나 국세청의 조사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텐데 조사가 그리 쉽겠느냐"는 국세청 관계자의 말은
"태산명동에 서일필"식 결과에 대한 염려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때 "비교적 고액자료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증여및
탈세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소명이 안되면
제한적으로 직접조사를 벌이겠다"는 국세청의 답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자금출처조사를 둘러싼 이같은 여건을 감안한다면 조사대상으로 선정될수
있는 실명전환자들의 공통분모는 몇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실명전환 덩치가 큰 사람들은 평소 소득에 비춰 적정한지, 또는
증여나 상속을 위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에 대한 정밀 검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증여.상속된 자금이 가명계좌로 있었다면 관련세금을 냈을리
없다고 보고 세금추징에 나설 방침이다.

또 상대적으로 실명전환 금액은 소액이더라도 전산분석 결과 탈루혐의가
높은 경우 경우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시효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조세시효로 인해 세금을 못 거두는 사례가 없도록 빠른
시일내에 조사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전산분석결과 자금의 성격이 석연치 않아 구린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자금성격이 규명된 터라면 조사의 효율성은 그만큼 높을 수 있어서다.

특히 나이가 어리면서도 실명전환 금액이 상당한 예금주의 경우엔 예외없이
조사를 받을 공산이 크다.

국세청이 최근들어 부의 세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법인명의로 실명전환한 경우라면 해당 법인의 정기법인세 조사때
법인세 탈루여부 등이 가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의 그동안 보여준 세무조사의 관행에 비춰 우선 조사대상자들의
조사가 마무리돼 조사업무에 여력이 생길때는 나머지 실명전환자들에 대한
조사도 당연히 뒤따를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자금조사에 착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은 "전산처리
능력상의 한계로 실명전환자료의 처리가 지연돼 왔기 때문"이었다.

한편 국세청은 유예기간이후 실명전환된 자금과 아직까지 실명전환되지
않은가.

차명예금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자금출처조사는 예금주의 실명확인이 전제가 되는데다가 유예기간 이후
전환자에게는 과징금부과등의 불이익이 가해지며 유예기간중 전환자에 대한
조사만으로도 업무량은 이미 과부하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기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