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의 신체조건에는 보증수표가 발부돼 있다.

키 173cm, 몸무게 67kg, 시력 1.0(좌), 1.2(우).

이 정도라면 어디내놔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표준 남성이다.

단단한 체구에서 뱉어내는 당당한 말투는 신뢰의 원천이다.

흡사 군대 이등병처럼 모든 말을 철저히 "다, 까"로 끝내는 그의 어투에는
힘이 있다.

목숨걸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흔히 "징크스"가 있게 마련이다.

훈련생 기간중 금씨의 부적은 "팬티"였다.

미국 위탁교육기간중 첫 비행 테스트때 입었던 팬티가 중요한 고비때마다
그를 지켜주었다.

그러나 금씨는 부조종사가 되면서 팬티 대신 "최선"을 새로운 마스코트로
삼았다.

금씨에게는 부친께 진 "마음의 빚" 하나가 있다.

미국 위탁교육때 부친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으나 가족들이 훈련에 지장을
줄까봐 부음을 늦게 알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말았다.

귀국하자마자 충북 옥천의 선산을 찾은 금씨는 "이제 하늘에서 늘 아버님을
뵐 수 있게 됐어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