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탄 걸 비벼 모래에 꽂으니
누가 섣불리 그걸 쓸어가선 버린다.
담배 연기와 성에로 뿌연 빌딩의 창 너머
눈 덮인 팔공산 동봉 위 하늘 고랑에
구름이 눈부신 아침.

빌딩 안에서 모래와 내가 함께 서걱일 때
저기, 저 동봉에 걸린 바람이
내가 흩트리고 쌓는 재떨이 속의 모래에서도 일어난다.

대도시 빌딩에서 내 의식은
창을 열고 빌딩 밖으로 얼굴을 한껏 내민 채
구름을 불러 마음이 그 위에 타는 것.
갇힌 모래에 이는 바람을 깊이 삼키며
나는 모래에, 상한 구름 기둥을 꽂아둔다.
그런 다음 사무실로 돌아와 주말 등산을 신청한다.

시집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