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영업 경력 3년째인 Y씨.

그의 수첩 주소록은 특이하다.

인명과 전화번호가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 차 있다.

고객명부다.

그 옆에는 "만날사람 판사람 실패한 사람" 등이 표시돼 있다.

이런 수첩이 6권이나 된다.

그에게는 이 명부가 "생명줄"이란다.

대부분의 자동차 영업직사원들에게서 볼수있는 모습이다.

"영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세일즈.

자동차 세일즈맨을 찬미하는 말도 적지 않다.

"첨단과학도 자동차 세일즈맨의 영역을 넘보지 못한다"

"카세일즈맨, 그는 자동차를 파는게 아니라 인격을 판다" 등등...

현대인의 발이 되고 있는 자동차가 존재하는한 자동차 영업사원들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자동차는 자판기로 팔수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동차 판매뿐만 아니라 자기가 판 자동차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도
책임지고 있다.

현대 대우 기아 등 자동차 3사의 영업직사원은 대략 2만4,600여명.

아시아 쌍용 등의 사원을 합치면 대략 2만7,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는 외국자동차 딜러들도 있어 국내에서
활동중인 자동차 영업사원은 웬만한 군단병력이다.

오늘도 이글거리는 태양아래서 잠재 수요자를 찾아 뛰고있는 카세일즈맨들.

그들에게는 "카세일즈맨의 문화"라고 할만큼 독특한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들은 프로야구선수 못지않게 프로근성으로 무장되어 있다.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만큼 세일즈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들에게는 실적부진에 대한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게 자기 책임이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고객을 만나야 한다.

깔끔한 복장, 철두철미한 자기관리, 몸에 밴 친절, 고객이 있다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근면성 등으로 무장되어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겨하는 성격은 기본이다.

여기에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간파하는 능력이 겸비될때
카세일즈맨으로서 성공한다.

현대자동차 광화문영업소의 국승현부장(43)은 대표적인 성공케이스.

그는 지난해 430대를 팔아 판매왕이 됐다.

올해도 벌써 215대나 팔았단다.

카세일즈 경력 17년째인 국부장은 작년 연봉이 약 9,000만원에 달했다.

기본급에 차 한대당 평균 10만원의 수당을 합친 액수이다.

"꾸준한 고객관리외에 특별한 판매비결은 없습니다.

내가 판 차에 대해 최고의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해주고 자동차관련 정보를
제공하죠.

영업직사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잊지 않는다면 모두1등 카세일즈맨이
될 수 있습니다"

국부장은 현재 판매대수의 90%이상이 기존 고객의 소개를 통한 것이란다.

그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비서를 두고 있다.

대우자동차 판매대행회사인 우리자동차사의 이진행과장(38)도 "잘나가는
영업사원".

8년 경력의 그는 작년에 120대를 팔았다.

경력이 같은 사원들의 연평균 판매대수가 60~70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실적이다.

그 역시 지금은 고객을 알선해주는 판매소개자(일명 Bird Dog)를 통해
대부분의 차를 판단다.

꾸준한 고객관리가 결실을 맺어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영업직사원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도에서 탈락하는 쓰라림을 맞보는 사원도 많다.

상당수의 영업사원들은 입사초기 거친 영업맨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자동차 영업맨의 세계가 그만큼 냉혹하다는 얘기다.

기아자동차 갈산영업소의 유종근소장은 이들의 실패 원인에 대해
"세일즈맨이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영업인들의 일상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그들은 실적부진에서 오는 스트레스, 소비자의 싸늘한 눈길, 빌딩관리원의
냉대 등 숱한 도전과 맞부딪쳐야 한다.

그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진정한 카세일즈맨이다.

"인생의 쓰라림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은 카세일즈맨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라는 말이 실감난다.

카세일즈맨들은 이처럼 인생의 단맛 쓴맛을 하루하루 맛보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