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회는 이제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니라 창업의 산실입니다"

대우그룹 퇴직임원들간의 모임인 우인회의 회장 김용원씨 (도서출판
삶과 꿈대표)는 요즘 근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90년 6월 처음 결성될 때만 해도 회원경조사나 연락망구축 등
단순한 친목모임에 불과했던 이 단체는 이제 서울시내에 6개의 사무실을
두고 창업을 위한 정보교류와 시장조사 등 "창업 예비캠프"로서의 역할을
하고있다.

지난해만 10여명의 회원들이 새로운 법인체를 설립, 경영인으로 나섰다.

김회장은 "퇴직임원들이 각 분야에서 쌓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고있다"고 말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주요 대기업의 퇴직임원들로 구성된
단체들이 신규창업의 모색이나 재충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이는 최근 경영합리화과정에서 조기퇴직바람이 불면서 수많은
고급인력들이 기업바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50대를 전후로 충분히 일할 능력과 의사를 지닌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LG그룹에서 이사대우이상으로 퇴직한 임원들간의 모임인 LG클럽도
달라지는 양상을 보여주고있는 대표적인 사례.

LG클럽은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5층짜리 부림빌딩 전체를 사용하며
창업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백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 단체는 정기적으로 한국능률협회에서
창업과정교육을 이수하는가 하면 한국내 코비교육센터에서 리더십교육을
받고 있다.

인사.교육컨설팅 및 각종 전문세미나도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성우회 회원 2백여명도 계열사인 삼성데이타시스템에서
컴퓨터교육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조금이라도 뒤떨어지지 않기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외환은행 퇴직임원 및 사원들간의 모임인 환은동우회 역시 서울
서소문지점내 사무실을 두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기적인 낚시 및 바둑대회를 열어 친목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시장동향 및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달말에는 현재 60평의 사무실을 1백20평으로 늘려 헬스장과 독서대
등을 확충, 회원들의 건강 및 여가선용을 도울 계획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있는 김세창씨 (전 외환은행 감사)는 "회원들이
창업시 필요한 재무관련자문에 상당한 경험을 지니고있기 때문에
컨설팅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또 코오롱그룹 송죽회 회원들은 본사의 "상담역" 또는 "고문역"이라는
직함을 지닌채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를 전파하는 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으며 (주)선경의 선유회도 대외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밖에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경찰간부출신들로 구성된 경우회,
국세청간부 출신들로 이뤄진 세우회, 노동부 전직고위관료들로 짜여진
노정회 등도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기능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편 그룹차원의 퇴직임원단체를 갖지않고 있는 현대그룹은 최근
3년동안 이사대우이상으로 퇴직한 3백여명의 임원들로 구성된 모임을
올해내로 발족시킬 예정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