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12일로 개청 6개월을 맞았다.

사상 최대의 부도사태로 경제기반인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는 비명이
터져나오던 연초에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포부로 출범한 중기청.

반년이 지나는 동안 다행히도 부도율이 크게 낮아지고 참신한 지원책이
펼쳐지면서 반신반의하던 중기청에 대한 신뢰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밀려드는 민원인의 파도에 휩싸여 정신을 못차리던 중기청 직원들도
차츰 안정감과 자신가 갖고 업체를 위한 정책개발고 시행에 골몰하고 있다.

휴가중에도 거의 매일 중소기업인들과 대화를 갖고 업무처리를 위해
청에 나올 정도로 바쁘게 뛰고 있는 이우영청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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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낙훈 < 산업2부 기자 >

-먼저 지난 6개월을 회고해 주시지요.

<> 이청장 =처음에 임명을 받을 땐 정말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내가 과연 중소기업 경영난 해결에 얼마만한 일을 할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입니다.

하지만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로 일을 한 결과 어느 정도 중소기업 문제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반년은 일생에 가장 바쁜 나날이었지요.

국무회의 경제장관회의를 비롯, 금융지원협의회 업종별대책회의 각종
강연 현장방문 등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의 강연만해도 46번 6,680여명을 대상으로
했지요.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됐고
상당수의 경영애로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과제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동안 중기청이 중점적으로 해온 일을 간추린다면.

<> 이청장 =우선 940여명의 전직원이 심부름꾼이 되어 경영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고 자신합니다.

애로는 자금 인력 판로확보 기술 입지 규제 등 다양합니다만 독자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안되는 것은 정부 각부처 금융기관 대기업
언론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또 각부처에 산재한 중소기업관련 정책수단이 효율적으로 발휘될수 있도록
청이 중심이 돼 시책을 개발하고 공조를 취해왔습니다.

다행히 각 부처에서도 중소기업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줬습니다.

각부 장관들이 중소기업을 위해 해줄게 없느냐고 오히려 물어올 정도로
협조가 잘 되고 있지요.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몰라도 지난 6월 부도율은 0.1%로
떨어졌어요.

이는 50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입니다.

또 6월중 부도업체수도 758개로 1년전의 1,140개보다 약 400개나 줄었어요.

부도업체 감소는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난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 이청장 =부도가 줄었다고 경영상태가 호전됐다고 말할수는 없겠지요.

아직도 중소기업은 열악한 기술과 품질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경쟁력이
취약합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의 가속화, 경기양극화로 어려움이 더하다고 할수
있지요.

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본격 가동으로 고유업종및 단체수의계약
등 보호막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국내외시장에서 대기업및 외국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력을 키워야할 텐데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 이청장 =크게 네가지를 중점 추진할 생각입니다.

첫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사항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행정편의적
이고 획일적인 제도시행에 따른 업체의 애로를 적극 해소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법제처와 공동으로 제로베이스에서 규제사항을 발굴한 결과 54개를
추려냈습니다.

이를 관련부처에 보내 의견을 조회중입니다.

피부에 와닿는 규제완화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둘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지도 점검을
강화하고 셋째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인 자금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기술력 향상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자금난은 해묵은 과제이면서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 이청장 =중소기업 자금문제의 핵심은 신용대출제도의 정착입니다.

이 문제에 관한한 큰 가닥은 잡혔다고 봅니다.

업계고 금융기관이고 신용대출쪽으로 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어요.

과거엔 부동산투기를 위한 자금가수요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금융기관
입장에선 담보를 갖고도 대출받지 못하는 고객이 줄을 서있어 굳이
신용대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금융기관 역시 우량고객을 발굴해 신용대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문제는 신용대출 관행이 뿌리내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때까지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여력 확충이
불가피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신용보증조합 결성이 활발해 이미 경기 광주 경남에서 조합이
결성됐고 다른지역도 뒤따를 것으로 봅니다.

이들 조합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봅니다.

또 꺾기 등 금융기관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는데도 결코 소홀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중소기업 문제 해결의 초점은 결국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만드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자금 인력 못지않게 기술력 보강을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만.

<> 이청장 =맞습니다.

기술력 보강 없이는 아무리 자금을 쏟아부어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수 없어요.

따라서 중기청은 이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청엔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500명이 기술직 출신이고 이중
박사가 86명 석사가 197명에 이를 정도로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기술개발을 지원하겠습니다.

뿐만아니라 과기처 산하 연구기관 대학교수 등 기술력이 뛰어난 분들의
도움을 받아 중소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돕겠습니다.

특히 청은 2000년까지 중소업체의 전반적인 기술수준을 지금보다 한단계
높인다는 계획으로 기술혁신 3개년계획을 수립중입니다.

9월중 수요조사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99년까지 3년동안 과제당 최고
1억원씩 지원해 총 2,000개 과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의 또 다른 과제는 품질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브랜드의 열세로
팔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판로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 이청장 =중소기업 전용 백화점 건립, 중소기업 상설 전시판매장 확충,
공동창고 건립 확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요.

"중소기업 제품 TV큰시장" "중소기업 TV백화점" 등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강화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행사는 반응이 매우 좋아요.

또 귀족과 같은 공동브랜드 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우수제품임을 나타내는 EM마크와 신기술 마크인 NT마크
등 공신력 있는 마크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을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협조를 구하고 싶은 말씀은.

<> 이청장 =청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중소기업들도 경쟁력 제고에 스스로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 아무리 경영 여건이 어려워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며 신용대출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자기신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국민들에게 당부를 드려야겠습니다.

전국의 중소기업체는 240만개에 달하고 임직원 부양가족을 합치면 전국민의
60%인 2,700만명이 중소기업을 통해 먹고 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문제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살도록 내일처럼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외국 유명브랜드만 찾지 말고 질좋고 값싼 중소기업 제품은 설사
브랜드력이 약하더라도 과감하게 구입해 주십시오.

고담준론만으론 결코 중소기업을 살릴수 없습니다.

중소기업에 애착을 갖고 내가 먼저 이들 제품을 사준다는 의식전환만이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경영난에서 구할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