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주년이라면 반세기를 보내고난 뒤 새로운 반세기의 출발을 뜻한다.

광복51주년을 맞으며 흘러간 첫 반세기가 새삼 아쉽고 허탈하게 느껴짐은
웬일인가.

무엇보다 쪼개진 땅, 벌어진 동족간의 틈새가 아물기 커녕 커져만 가는데서
오는 불안과 안스럼 때문일 것이다.

대체 8.15 광복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크겐 세가지 측면이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되새김에 첫번째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되새김이 감격에 젖고 원한을 되새기는 판에박은 연 행사여선
의미가 반감된다.

50년이 넘은 지금 과연 우리가 새로운 한.일관계를 어디쯤 이루어 냈는가를
성찰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다음 광복절은 조국분단의 극복에 의미있는 날이어야 한다.

이는 해가 갈수록 대일관계를 압도하는 절실한 과제이므로 해를 더하면서
평화통일에 한발작씩 다가가야 옳다.

한데 현실은 나아가기 커녕 72년 남북 공동성명을 정점으로 뒤걸음질을
치니 답답하다.

광복절은 또한 연륜으로 3년이 낮은 독립기념일과 겹친다.

이날 우리는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의 제측면에서 반세기 사이 한국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비록 구석구석 부실한데가 많음을 인정하면서도 한.일, 남북한 관계의
답보보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2차대전 종전후 독립한 여러 신생국들을 망라할때 한반도는 분단으로
남다른고통을 겪었음에도 최빈 수원국에서 중진 선두대열에까지 몸을
일으켰다.

더딘 민주발전에서도 근년의 변화는 역사에 한단계 도약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새로운 반세기, 21세기 초반안에는 금세기에 못다
이룬 광복의 참뜻을 완성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겉치레 선진국이 아니라
분명 온 국민이 자유번영을 구가하는 통일 복지국가를 실현해 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하여 이 광복51주년에 새겨야할 당면과제 중장기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통일을 향한 정부정책은 정권 초월적으로 확고한 장기목표아래 운영
돼야지 수시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 집권자 임의로 좌지우지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정권은 그 시기 상황적합적인 중.단기계획을 조정 수행하고, 다만 중대한
여건변화로 장기목표 수정이 필요할땐 국민적 합의도출을 선행해야 한다.

둘째 한.일관계는 일본 보수정객의 발언 하나하나에 과민반응하다가
방향감각을 잃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미래를 향한 장기구상 아래 양국의 선각들이 감정차원을 초월, 새로운
선린관계 형성을 꾸준히 밀어가야 한다.

어제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회담제의가 있었지만 이산가족 1세들의 수명이
다해가는 판에 편지왕래 한가지 상공시키지 못한 것은 세계망신이다.

만일 이것저것 욕심부리지 말고 그 하나라도 꼭 이루려 밀어붙였다면
성공 못했을리 없다.

모두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나 성질급한 청년들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위정자나 당국이 후임자에
바톤을 이어가며 조금씩을 이뤄가려는 역사에 겸손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쌍방간 은밀한 접촉을 선행시켜서라도 남북이 주도하는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일에 자존심이 걸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