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LG전자는 올해 생산된 싱싱나라 냉장고에 결함이 발견돼 이를
리콜(recall)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등 일부 업계에서 리콜을 실시하긴 했었으나 신문에
광고까지 내며 대대적인 리콜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 회사의 리콜은 감독단체나 소비자 단체의 압력이 없엇는 태도
자발적으로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고 이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몇번의 리콜이 대부분 비공개를 원칙적으로
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리콜을 실시할 경우 일단 표면적으론 해당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테고, 따라서 경쟁사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반사이익을 거두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 입장에서도 고객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는데 따라 장기적
으로는 결함발생시 자신들도 리콜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편에서 보면 리콜을 실시한 업체가 반드시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때문이다.

품질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어줘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기업
으로 각인돼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이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리콜은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면 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양측이 모두 손해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성공적인 리콜의 전체조건이 무엇이냐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객 자신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긴요하다고 본다.

리콜제도가 이미 정착돼 있는 미국돠 같은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들은 리콜에 응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리콜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결함이 완전히 고쳐질 것인지 확신하지
못해 소극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이번 LG전자 싱싱나라 냉장고의 경우에도 결함이 심각하지 않고 지금이
냉장고가 없어서는 안되는 한 여름철인데다 냉장고가 운반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는 점에서 고객이 소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LG전자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상당히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장애물은 기업의 유통망(대리점등)이다.

그동안 제품을 파는데만 주력해온 유통업자들은 판매한 제품을 다시
거둬들이는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리콜을 성공적으로 미치기 위해서는 제품판매를
목표로 하는 마케팅 못지않게 치밀한 리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리콜의 대상이 되는 고객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LG 싱싱냉장고 리콜의 경우 이 제품을 구입한 고객 명단을 갖고 있는
대리점의 협조를 얻어 현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한국기업들도 선진국의 경우처럼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로
하여금 제품보증카드를 직접 제조업체에 우송해 등록토록 하는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리콜 대상이외의 품목 판매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품질경영과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한다는 리콜의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도록 해야지 불량이 생겨서 제품을 수리하거나 교환해 주는 것만으로
비쳐서는 안된다.

셋째, 리콜에 응하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고객들에게 약속한 사항은 꼭 지키는게 중요하다.

서비스도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넷째, 리콜의 경로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한 대리점보다는 서비스센터로 연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리점은 기본적으로 제품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당장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 리콜을 소홀히 취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고객만족이 아닌 고객불만족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리콜을 알리는 신문광고에 대리점이 아닌 "서비스
센터로 연락해줄 것"을 당부한 것은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섯째, 리콜에 대해 일단 많은 고객들에게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 판단할
수 있도록 매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이상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해당제품의 그림이나 사진을 함께 광고에 게제하고 이상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싣는다면 고객들의 불편과 불필요한 서비스 요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생산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생산일자와 일련번호등을 눈에 쉽게
띄는 곳에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이상과 같이 이번 LG전자의 리콜을 계기로 그 의미를 살펴보고 몇가지
제언을 했다.

이번 리콜은 한국 가전업계에서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LG전자에 귀중한
경험이 될뿐 아니라 경쟁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소비자 보호면에서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모든 기업들이 이를 실천해 리콜이 가진 고객만족 이념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