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그룹이 12일 발표한 "유통VISION(비전) 21"은 숙녀복 업체에서 유통
그룹으로의 변신을 위한 종합 프로그램이다.

10년후엔 유통분야에서 그룹매출의 절반이상을 올리겠다는게 나산의 구상.

그런 점에서 나산의 "유통비전 21"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나산은 신흥 중견그룹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성의류를 빼놓고는
내세울만한게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게다가 의류는 국내외 브랜드와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

나산그룹 관계자도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통분야에 집중 투자키로 했으며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보스턴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나산그룹의 유통사업 강화전략은 크게 세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대도시를 중심으로한 정통 백화점 사업.

나산백화점(구 영동백화점)을 경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나산은 설명했다.

둘째 신업태에 과감히 진출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나 인구등으로 보아 백화점이 적절하지 않은 지역엔 하이퍼마켓
이나 창고형할인매장등을 건설해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세번째는 패션유통의 강화다.

그간의 숙녀복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패션유통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유브랜드만을 고집하던 그간의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브랜드를 과감히
도입키로 한것도 패션 유통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게 나산의 설명이다.

하지만 나산의 이같은 전략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통분야도 의류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데다 나산은 영동백화점을 아직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나산은 지난 94년 영동백화점(현 나산백화점)을 인수해 직접 경영했으나
이 백화점은 여전히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산은 백화점의 영업부진에 대비해 하이퍼마켓이나 창고형매장사업에
진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업태도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산 관계자도 "사실 전문 인력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연봉제
도입등을 통해 인력보강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초 손영희 전제일제당 사장을 유통담당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그런
취지라고 덧붙였다.

나산이 숙녀복에 이어 유통분야에서도 "신화"를 만들어낼 수있을지 주목
된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