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3월 미국 알래스카만에서는 해양오염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6만t급 미국유조선 엑슨 발데스호가 좌초되면서 무려 27만배럴의
기름을 흘려보내 인근 해상과 해안 1천7백여km를 오염시켰던 것.

사고직후부터 유조선 소속사인 엑슨과 알래스카주정부는 3년동안
하루 1만1천여명의 인력과 1천4백여척의 선박, 80척의 항공기를 동원해
그야말로 총력을 다한 생태계 복원노력을 기울였다.

바다에 떠도는 기름은 제2 오염사태를 막기위해 유처리제 등을 일절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제거했고 해안과 바위에 묻은 기름도 따뜻한
물로 씻은뒤 일일이 손으로 닦아냈다.

미국정부는 발데스호 사고를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모델
케이스로 삼아 이듬해 해양오염방지법(Oil Pollution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기름유출사고를 낼 경우 선주가 오염피해액과 방제비용 등
민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되 피해배상책임한계를 종전에 비해 8배까지
올려 아예 사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했다.

바다는 일단 오염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데다 수산업 등 산업에
끼치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외에 생태계 파괴에 따르는 후유증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이 큰 만큼 해양환경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판단에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해양오염문제는 그 피해의 심각성때문에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평균 3백만t의 기름이 바다를 뒤덮고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 8천t과 수은 5천t씩이 흘러들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유류오염사고는 지난 80년대 연평균 2백건이던
것이 90년대 들어서는 3백건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금도 하루 22만t, 연간 기준으로는 8천만t의 원유가 도입되고 있어
대형 해양오염사고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남북한과 중국에서 서해와 동중국해로 들어가는 오염물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으로 따져 연간 7백만t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오염이 심하다고 알려진 발트해와 북해에 비해서도
5배나 초과하는 수준으로 서해안쪽 오염실태는 심각한 편이다.

남해안은 트리부틸주석(TBT) 등 유해화학물질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살균제 선박부착방지제로 사용되는 TBT는 굴껍질 등의 기형을
유발하고 소라 등에서는 암컷에 수컷 생식기관이 생겨나 번식이 불가능
해지는 임포섹스 현상을 빚어 "씨를 말리는" 이들 물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게다가 질소.인의 부영양화에 따른 적조피해도 최근 4년간 피해액이
1천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악화일로에 있고 총질소기준으로 보면
연안해역의 92%가 냉각수 등 공업용수로도 사용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러한 연안오염에다 무분별한 대규모 간척사업과 어족자원 남획으로
연근해 어업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등 우리 바다는 총체적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특성을 감안해볼때 해상물동량과 유류수요
증가추세는 필연적이고 연안해역을 이용한 양식업에 대한 의존도도
줄지않고 있어 이에따른 해양오염사고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해양연구소 허형택박사는 해양수산부가 해양환경보호 및 방재
업무를 전담할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두고 출범한 만큼 해경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해양오염방지체계를 구축하고 오염방재장비의 현대화, 전문
인력양성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박사는 해양환경보전에 관한 정부정책도 좀더 적극적으로 바뀌어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8위의 유류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유류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OPRC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을 정도로
해양오염문제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인식이 부족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바다가 최후의 자원보고로 불리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바다가
살아 있다"는 대전제하에서만 성립되는 논리인 만큼 신설 해양수산부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양환경보전을 위해서는 해양자원을 "생산 극대화"개념에서만 접근
하지 말고 "최적생산"을 통해 전체 해양자원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전세계적으로 "금어기"가 지켜지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지적은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산란기를 맞아서는 당연히 어획을 금지시켜야하는데도 어민들의
해상시위에 밀려 수수방관하거나 안강망업을 대거 풀어 다른 물고기까지
바닥내 버리게하는 등 정부의 대책부재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