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미 군정시절에 민선자치를 시작했던 일본의 지방자치는
일부에서 "3할자치"라고 부를 정도로 아직 중앙집권적인 면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립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배려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는 실로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돌을 넘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참고가 될까
하여 이런 노력들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은 우선 수많은 자치단체들을 합병해 수를 줄이는 대신 규모면에서
충실화를 기했다.

종전에 1만4,000여개였던 지자체의 수가 1953년의 "정촌합병촉진법"에
의거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합병지도로 9,000여개, 1956년말에는
4,000여개로 줄었고 현재는 3,281개 (광역단체 47개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으로 중앙정부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자치단체들의 재정재건을
위해 강력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시행했다.

1955년 지방자치단체의 약3할에 해당하는 1,500여개의 지자체가
재정적자에 봉착함에 따라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방재정재건특별
조치법"을 마련하고 지방정부 스스로 재정건전화를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
제출토록 했으며 이 계획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결과 구제대상으로 승인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먼저 지방채 발행한도를 늘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상환이자를 국고에서 보조토록 했으며 다른 지역개발사업에 대해서도
국고보조금을 늘려 주었다.

그 결과 당시의 구제대상이었던 약600개의 지자체 가운데 광역단체는
1965년까지, 기초단체는 1970년까지 각각 재정재건이 완료됐다.

일본은 또한 산업화와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한 농촌지역인구
과소화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1970년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이 심각해지자 "과소지역대책긴급조치법"을
마련, 인구감소가 특히 심하며 (연 감소율 25%이상) 재정력지수 (우리의
재정자립도와 비슷한 개념)가 평균 44% 이하로 저조한 자치단체 800여개를
선별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지역발전시설의 정비를 위한 지방채발행을
허용했으며 발행채권 모두를 국고로 인수하는 한편 연리 6.5%, 12년간
분할상환이라는 좋은 조건에 덧붙여 상환원리금의 7할은 지방교부세를
지원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지역개발사업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여 소위
"제3섹터"를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지역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자본에 대해 참여비율에 제한을 두지않고
오히려 지자체와의 공동사업을 적극 장려함으로써 크게 효과를 보았는데
제3섹터를 활용한 지역개발사업은 1970년에 시작되어 1979년께 본격화
되었으며 1984년부터 1988년 사이에 크게 붐을 이뤘다.

각 자치정부는 자치살림 가운데 민간부문에 위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과감하게 민간에 맡겨 경비를 절감하는 한편 자금부담이
큰 공공개발사업에 대하여는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발전을
도모했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어느 한쪽만 잘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지방정부는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서로 긴밀히 협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임영록 < 한국은행 목포지점 부지점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