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망측하게 그런 짓을. 우리는 보금과 탐춘이처럼 되어서는
안되죠. 그렇게 될 수도 없고요.

그냥 언니 동생으로 이 정도의 애무로 끝내야죠"

대옥이 보채의 손을 살짝 밀어내며 몸을 조금 침상 끝으로 물리었다.

그 바람에 오히려 보채의 손이 대옥의 허벅지에 얹히게 되었다.

보채가 손을 대옥의 허벅지 안쪽으로 밀어넣자 대옥이 또 그만 전신으로
퍼지는 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정도가 심해지면 보금과 탐춘이 했다는 바로 그 밴대질이
되는 것이구나.

대옥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쾌감에 잠시 몸을 맡기고 있다가
이런 쾌감에 져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보채 언니, 나 가볼게요. 벌써 밤이 다 되었어요"

보채는 대옥의 몸을 좀더 만지고 싶었지만 정말 대옥의 말대로 보금이나
탐춘처럼 되어서는 안되므로 이쯤에서 오늘은 끝내는 것이 좋을 듯하였다.

정 허전하면 향릉을 부르지 뭐.

보채는 향릉에게 시를 가르쳐주는 척하며 슬쩍슬쩍 향릉의 몸을
만져볼 수 있는 것이었다.

"자견이 보고 등불을 켜서 들고 가도록 해. 날이 어두우니까.

거기 운보석제 길은 특히 조심해야 하잖아. 구름이 걷는 길을 사람이
걸으니 말이야"

보채는 대옥을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와 침상에 다시 누웠으나 향릉을
부르지는 않았다.

향릉은 자기 방에서 요즈음은 두보의 칠언율시에 빠져 있을 것이었다.

그 시간, 탐춘이 기거하는 추상재에서는 보채가 들은 소문 그대로
보금과 탐춘이 밴대질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실 보금은 보옥과 같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첫눈에 반할
정도였으니 향릉의 일로 마음이 상한 탐춘이 고양이가 생선을 낚아채 듯이
보금을 붙든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보금 역시 자기를 탐내는 뭇사내들에게는 관심이 거의 없고
여자들에게만 마음이 가니 탐춘과 보금 둘은 제대로 짝을 찾은 셈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여자도 있을까.

탐춘은 발가벗은 보금의 몸 구석구석을 혀로 핥으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탐춘의 혀가 드디어 보금의 사타구니 깊숙이 들어가 뱀의 혀처럼
격렬하게 날름거렸다.

탐춘은 혀끝에서 보금의 공알이 단단해지면서 부풀어오르는 것을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어떤 남자가 이런 쾌락을 맛보게 해줄까"

보금이 헛소리를 하듯 연신 중얼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