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6명의 여성기업인이 모여 협회를 만들었는데 이제 회원수가
35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외로운"1세대들끼리 서로 돕자던 창립취지에 의욕적인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자는 또하나의 약속을 더해야 할 듯합니다"

허복선 여성경제인연합회장 (64.제일중기공업회장)은 올해를 협회
최고의 해라고 말한다.

19년전 모임을 만든 날 (7월6일)이 "여성경제인의 날"로 선포되고
지부도 2곳이 늘어 총 10곳이 됐다는 것.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용보증때 평가점수를 남성경제인보다 5% 더주고
관공서입찰 우선권을 주는 등의 여성경제인 지원대책을 얻어낸 것도
올해의 성과로 꼽는다.

"처음에는 남성들에게 뒤진 분야를 배우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세무정산방법과 국제경제동향, 컴퓨터에서 건강관리까지 여러 분야를
다뤘어요.

앞으로는 여성사업가 지망생을 위한 "경영상담실"을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허회장은 이제 회원수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내실을 기하는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연2회씩 여는 총회와 연수외에 소그룹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38년전.

대학 (대구 효성여대) 졸업반시절 엔지니어출신의 남편 (강종대씨.
제일중기공업사장)을 만나 결혼하면서 시작했다.

"남편이 기계제조일을 해보겠다고 해 함께 나섰습니다.

고교졸업후 2년간 은행 (식산은행.상업은행)에 다닌 경험을 살려
관리부문을 맡았죠.

내조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나중에는 농담으로라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

스커트자락이 기계에 말려 사고를 내게 될까봐 바지만 입고 지내는 등
사업에 전념한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수십년간 착실하게 성장, 종업원 280명에 매출액 250억원을 목표로
하던 지난해 단기자금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것이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협회장도 그만두려 했으나 회원들이 힘을 모아
돕는 바람에 올7월 업체도 정상화됐다.

이일은 여성경제인들의 단결력을 대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후문.

"창립당시 회원은 거의 100% 창업자였는데 지금은 3분의1이 2세로
바뀌었어요.

분야도 제조업위주에서 패션 유통 컴퓨터등으로 다양해졌지요"

허회장은 내년이면 협회가 20주년을 맞는 만큼 여성기업인들의 자리도
보다 확고해지고 있다고 전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