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사는 하늘이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다.

날씨를 기업의 영업활동에 연계시키는 기상마케팅 (Weather Marketing)
이란 말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장기예보를 그해 공장가동률과 원료구매량을 결정에
주요한 고려사항에 포함시키고있다.

특히 아이스크림 음료 맥주 에어컨 수영복 프로스포츠 등에서는
매출에 대한 날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기업들이 아무리 광고판촉전에 돈을 쏟아붓더라도 이상저온현상이
나타나거나 주말마다 비가 내리면 그해 여름장사는 망칠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94년 이상기온으로 전국민이 찜통속에서 여름을 보낼 때
에어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로 어려웠다.

반면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서늘한 여름날씨였다.

주요 음료회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6백78억원으로 전년대비
21.3%나 줄었다.

이같은 결과는 가전회사들이 그해 특별히 좋은 제품을 내놓았거나
음료회사들이 광고를 덜하거나 노력을 덜했기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날씨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고급주택가에 있는 "앙타르틱"이란 양장점에서는
그날의 기온을 상품할인율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의 기온이 20C라면 20%를 할인해준다.

일본의 니가타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도 날씨에 따라 음식값을
깍아준다.

날씨가 맑으면 4백80엔, 흐린날에는 5백엔, 눈이 오면 5백80엔을
차등해 깎아준다.

궂은날에 음식점을 찾는 사람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구매심리를 촉발하는 정책이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의 한 세탁소는 비오는 날 맡긴 빨래감에
20% 할인가격을 적용한 결과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고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기상정보를 영업전략에 연결시키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5월29일부터 기상청이 처음 실시한 기업인 고급기상연수과정에는
19개기업 마케팅담당 임직원 28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뒤늦게 연수프로그램을 안 업체들이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 기상청연수실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기업의 기상정보에 대한 관심은 한국기상협회의 회원분포를 보아도
알수 있다.

과거에는 농업 선박 항공업체가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식품 의류
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로 회원범위가 확산되고 회원수도 5백개 기업을
넘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