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98) 제11부 벌은 벌을, 꽃은 꽃을 따르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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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대옥의 방으로 가니 자견이 혼자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대옥 아가씨는 어디 있니?"
보옥이 방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형무원에서 방금 돌어오셔서 지금 목간통에서 몸을 씻고 있어요"
문득 보옥의 눈 앞에 목간통 물 속에 잠겨 있는 대옥의 알몸이 어른거렸다.
그 알몸은 조금 전 추상재에서 본 탐춘과 보금의 육감적인 알몸들과는
달리 가녀린 구석이 있어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런 가는 몸매도 이상한 연민을 자아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었다.
물론 보옥이 대옥의 알몸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병약한 얼굴과
어깨선들로 미루어 보아 그 알몸이 어떠할 것인가 하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바였다.
보옥이 생각 같아서는 자기도 목간통으로 달려가 대옥과 함께 몸을 물
속에 담그고 탐춘과 보금의 일로 인한 충격을 달래고도 싶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에서만 그쳐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게 대옥의 알몸을 떠올리다가 옆에 앉은 자견을 보니 저 애의 알몸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 점무늬가 박힌 비단 저고리에 역시 검은 빛 비단 조끼를 입고 있는
자견은 얼굴과 입이 자그마 하고 몸이 왜소해서 품에 안고 가지고 놀기에는
아주 적합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보옥의 손이 어느새 자견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그러자 자견이 발딱 몸을 뒤고 물려 보옥의 손길을 피했다.
"말로 하시지 왜 제 몸에 손을 대고 그러세요?
대옥 아가씨도 늘 우리에게 보옥 도련님과 함부로 히히덕거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단 말이에요.
도련님이 이러시는 걸 알면 우리 아가씨 또 마음이 상해 병이 도질
거예요"
보옥이 무안하여 얼굴이 벌개질 지경이었다.
"대옥이 병이 도지면 안 되지.
근데 대옥이 요즈음 연와죽을 잘 먹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삼년은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본다고 하던데"
보옥이 대옥의 건강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무안한 상황을 빠져나오려
하였다.
"이제 대옥 아가씨가 소주로 내려가면 그 비싼 연와를 어떻게 사 먹어요?"
자견이 불쑥 내뱉는 말에 보옥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어떨떨해졌다.
"대옥이가 소주로 내려가다니?"
"몇달 후면 내려갈 거예요.
여기가 외할머님 댁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가 쪽이잖아요.
시집을 가실 때도 다 되었는데 아버지 쪽 친척들이 모여 사는 소주로
내려가서 중매를 받아야죠"
보옥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스르르 쓰러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
"대옥 아가씨는 어디 있니?"
보옥이 방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형무원에서 방금 돌어오셔서 지금 목간통에서 몸을 씻고 있어요"
문득 보옥의 눈 앞에 목간통 물 속에 잠겨 있는 대옥의 알몸이 어른거렸다.
그 알몸은 조금 전 추상재에서 본 탐춘과 보금의 육감적인 알몸들과는
달리 가녀린 구석이 있어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런 가는 몸매도 이상한 연민을 자아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었다.
물론 보옥이 대옥의 알몸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병약한 얼굴과
어깨선들로 미루어 보아 그 알몸이 어떠할 것인가 하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바였다.
보옥이 생각 같아서는 자기도 목간통으로 달려가 대옥과 함께 몸을 물
속에 담그고 탐춘과 보금의 일로 인한 충격을 달래고도 싶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에서만 그쳐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게 대옥의 알몸을 떠올리다가 옆에 앉은 자견을 보니 저 애의 알몸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 점무늬가 박힌 비단 저고리에 역시 검은 빛 비단 조끼를 입고 있는
자견은 얼굴과 입이 자그마 하고 몸이 왜소해서 품에 안고 가지고 놀기에는
아주 적합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보옥의 손이 어느새 자견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그러자 자견이 발딱 몸을 뒤고 물려 보옥의 손길을 피했다.
"말로 하시지 왜 제 몸에 손을 대고 그러세요?
대옥 아가씨도 늘 우리에게 보옥 도련님과 함부로 히히덕거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단 말이에요.
도련님이 이러시는 걸 알면 우리 아가씨 또 마음이 상해 병이 도질
거예요"
보옥이 무안하여 얼굴이 벌개질 지경이었다.
"대옥이 병이 도지면 안 되지.
근데 대옥이 요즈음 연와죽을 잘 먹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삼년은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본다고 하던데"
보옥이 대옥의 건강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무안한 상황을 빠져나오려
하였다.
"이제 대옥 아가씨가 소주로 내려가면 그 비싼 연와를 어떻게 사 먹어요?"
자견이 불쑥 내뱉는 말에 보옥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어떨떨해졌다.
"대옥이가 소주로 내려가다니?"
"몇달 후면 내려갈 거예요.
여기가 외할머님 댁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가 쪽이잖아요.
시집을 가실 때도 다 되었는데 아버지 쪽 친척들이 모여 사는 소주로
내려가서 중매를 받아야죠"
보옥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스르르 쓰러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