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테니스 결승전 경기보다 5배나 힘들었다."

세계 남자 테니스계 최강자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이반 렌들(36)이
은퇴후 프로골퍼로 변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으나 데뷔 무대인
유럽 PGA 체코오픈 경기에서 11오버파의 부진한 샷으로 프로 골프계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체코 출신 미국인으로 체코내에서 아직도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렌들은 15일 마리안스케 라즈네GC (파 71)에서 벌어진 체코오픈에 출전,
첫 라운드에서 82타를 마크, 선두그룹과 무려 15타의 차를 보이며
최하위로 밀렸다.

스폰서인 체마폴의 특별초청에 따라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렌들의
이날 라운딩은 엄밀히 따지면 아마추어 수준에도 못미치는 기록으로
테니스로 쌓은 명성에 흠집을낼 수 있는 것.

그러나 지난 94년 은퇴한 뒤 그동안 동네골프격인 미니투어에만 몇차례
출전했던 렌들로서는 기록은 보잘 것 없지만 처음으로 내로라하는
프로골퍼들과 겨룬 경기치고는 다분히 성공작이라는 것이 주최측
관계자들의 전언.

한번도 우승하기 힘든 그랜드슬램대회를 무려 8차례나 제패하는 등
현역시절 세계테니스계를 주름잡았던 렌들은 경기가 끝난 뒤 "윔블던
결승전보다 5배나 힘들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하며 뜻대로 안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2타 핸디캡을 안고 출전한 렌들은 첫 홀에서 어려운 버디를 잡아내는
환상적인 스타트를 보여 관중들로부터 뭔가 일을 낼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2홀 파에 이어 3홀에서 두번째 T샷이 나무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3오버파를 기록하면서 엉망이 되고 말았다.

체력적인 한계에다 고질적인 척추병 때문에 테니스계를 떠났던 렌들은
이날의부진에 대해 "나 자신 매우 초조했다.

경험도 부족했던데다 골퍼로서의 나의 능력에 대해 솔직히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일은 보다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잘 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오늘보다는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며
남은 라운드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잉글랜드의 재미 스펜스, 이탈리아의 엠마뉴엘
카노니카,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딘 로버트슨과 앤드류 콜타르트 등
4명이 4언더파 67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