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나 방은 층 (턱)지면 안된다.

방에는 선반을 달지 마라.

현관은 대문과 비껴 세워야하고 대문과 안방, 화장실, 부엌 등은
마주보면 안된다"

풍수론에서는 건축구조에 있어 이같은 몇가지 금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금기론은 막연한 듯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 선소들이
살아가면서 터득한 경험을 근거로 내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임을
알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마루나 방이 턱지게 집을 지으면 문턱이 높아져
넘어지기 쉽다.

이에따라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집안에서 움직일때 항시
턱의 높이를 생각하며 걷기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진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들이 있을때 이런 집안구조에는 매우 좋지않다.

주택은 평평한 구조가 활동하는데 편리하고 안전하면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므로 마루나 방을 턱지게 하는것은 금기로 삼은 것이다.

선반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벽에다 달아 물건을
올려놓는 곳이다.

그러나 풍수에선 선반을 다는 것을 "흉"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선반은 손이 닿기 어려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먼지가
많이 쌓이고 습기도 많아 위생상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선반이 많은 방에는 병자가 생긴다"는 말도 있다.

요즘 같으면 장농이 선반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장농과 천장 사이의
공간이 선반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 좋지 않다.

건물자체에 만든 붙박이 장이나 천장까지 맞닿는 장농이 좋은 여유가
여기에 있다.

현관에 대문은 엇갈린 위치에 있어야 길하다고 하는 것은 집안 내부로
통하는 현관이 밖에 있는 대문과 정면으로 배치될 경우 외부인에게 집안이
훤희 들여다 보여 가족의 프아이버시가 침해받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안방도 마찬가지다.

안방은 집안의 주인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중요한 문서나 물건들도 많이 있게 마련이다.

안방이 대문과 마주보이면 귀중품등이 외부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어
도난의 우려도 있고 여름 같이 더운날 몸가짐이 매우 거북해지는 문제점도
있다.

화장실은 외부와 차단돼 편안함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화장실 이용은 생리적인 것이지만 드러내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대문이나 현관에서 화장실이 바로 보이면 사용자가 바깥에
신경이 쓰여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부녀자들은 더욱더 불안할 것이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고질적인
만성변비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예전부터 부엌은 부녀자들의 공간이며 불과 물을 많이 사용한는
곳이기에 조금은 풀어진 몸가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외부에 노출되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기에 금기시 한
것이다.

그 밖에도 천장이 낮은 방은 심리적으로도 답답하고 공기의 순환도
원활치 않아 금기시했고, 창고위의 방은 아래에서 냉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만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풍수적 금기는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음을 되새길 수
있다.

따라서 "풍수"를 존중한 건축구조는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경험
과학적이며더 나아가 차원높은 자연과학현상과 인간 심리적인 측면까지
응용된 건축구조이다.

현대과학의 원리와도 전혀 모순됨이 없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집을 지을때 공간구분과 구조의 배치에 있어서
경험에 의해 정립된 풍수론에 따라 "흉"을 피하고, "길"을 찾았던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7일자).